좋아하는 장소 묘사하기

사화 공원에서의 어느 오후

by 양정회

오늘 오후, 맥문동 차를 텀블러에 채워 작은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집에서 공원까지 걸어 한 바퀴 돌고 오면 두 시간쯤 걸린다.

원이대로를 따라 이어진 가로수 숲길에는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총을 든 군인 아저씨가 각각 다른 자세로 서 있는 조각상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한때 39사단이 60여 년 동안 자리했던 곳이다.

아들도 자대 배치받기 전, 이 39사단에서 한 달간 훈련을 받았다. 입소하는 날과 퇴소하는 날 면회를 핬던 곳이라 내게는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부대가 함안으로 옮겨가고, 그 자리에 공원이 조성되었다. 낮고 평평한 곳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등명산 아래 언덕에는 시민들의 안식처, 사화공원이 자리 잡았다.


나는 이 공원을 자주 찾는다. 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그냥 걸어가기도 한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들러 한 바퀴 돌고 오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쉼터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늦가을 오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다. 어젯밤 내린 비 덕분에 나뭇잎들은 자기 색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파란 하늘에 솜뭉치 같은 구름이 둥둥 떠 있고, 붉고 노란 나뭇잎들은 한 폭의 수채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산책하는 사람도 많다. 공원 안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산책로 바닥에는 울긋불긋한 낙엽이 알록달록 이불처럼 깔려 있다. 나무 계단에 낀 이끼는 간밤의 비를 머금어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다. 소나무 아래 샛노란 바늘잎들은 황금보자기를 펼쳐놓은 듯하다. 그 모습을 보니 어릴 적 시골에서 겨울 나무하던 생각도 났다. 이거 멋진 땔감이었는데 하고.

산책길 곳곳에 피어 있는 은목서의 향은 나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쉼터 벤치에 앉아 챙겨간 따뜻한 맥문동 차를 마신다. 차향 사이로 스며드는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의 바스락 거림이 마음을 다독인다. 근육이 이완되고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 보다 더 기분 좋은 오후가 있을까 싶다.


내가 즐겨 찾는 사화 공원은

언제나 나를 쉬게 하고, 나를 다독여주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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