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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c letter Sep 09. 2024

문득 바라본 하늘

여러 가지 모습의 하늘

하늘은 하루하루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날에는 정말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기분이었다가 어느 날에는 한 없이 흐려져서 그 어떤 이가 가진 슬픔보다 더 큰 어두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하늘의 진정한 모습은 하나일지라도 누구인지에 따라서 그리고 그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멍하게 출근하던 어느 날, 급박하게 하루하루 살다 보니 하늘을 보는 날이 거의 없던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날의 하루는 그냥 한 없이 맑았던 것 같다. 그때 시기가 혼자 하루하루를 그냥 빈 껍데기로 버텨가고 이었을 때라 그런지 그냥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세상은 밝고 창창하고 맑은데 나의 세계만 그런 거구나" "분명 다른 세계가 있고 바뀔 수 있다는 것" 한편으로는 한없이 맑은 하루에 위로를 받았던 하루였다.


가까운 지인의 너무 슬픈 소식을 듣고 출근하는 날, 그날의 하루는 정말 하늘도 같이 슬퍼하듯이 많은 비가 새벽부터 내렸다. 너무나 소중한 한 생명이 떠나갔고 그 모든 사람도 위로하듯 하늘도 같이 울었다. 그날의 하루는 어떤 날보다도 어두웠고 또 어두웠다. 그렇게 무서운 하늘도 처음이었다.


바쁘게 살던 어느 날 시간을 내서 공원에 갔다. 그냥 뭔가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던 때였다. 가운데에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던 커플, 배드민턴을 하던 아빠와 아들, 돗자리를 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각자 다양한 모습으로 귀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 또한 친구와 함께 돗자리를 펴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웠다. "그냥 조금만 쉬다 가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그때의 하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돗자리에 누워 문득 바라본 하늘은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진한 파란색의 하늘이었고 내가 본 자리에서 구름 하나가 정말 잔잔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냥 멍하게 흘러가는 그 구름을 따라 눈동자가 멍하니 따라가고 있었다. 근데 어쩐지 그날따라 그렇게 구름을 바라보고 똑같이 매일 있던 하늘인데 묘하게 누워서 본 하늘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냥 뭔가 끝이 없고 한없이 모든 것을 안아줄 수 있을 것 같고 "무엇이든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마음이 정말 차분해졌고 온전히 그날의 환경에 내 몸을 맡겼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문득 꿈에서 깬 것처럼 다시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근데 그렇게 마치 구름 위에 누워있듯 나를 편안하게 안아주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하늘은 어떻게 보면 매일같이 있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날 누가 어떤 기분과 생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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