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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c letter Sep 09. 2024

이상한 생명체 고양이

사람이 확실한 고양이들의 하루

그들은 사람인가? 고양이인가?


세상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사람, 동물, 식물 등.. 그중에서도 나는 동물을 제일 좋아한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그런 나는 지금은 현재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삶을 보내고 있다. 원래는 5마리였다. 나이도 나이였지만 나도 집사로서 처음이었고 고양이에 대해서 완전히 알기에는 너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렇게 갑작스럽게 첫째를 병으로 보내게 되고 너무 많이 힘들었었다. 그래도 지금 내 옆에 남아 있는 4마리의 고양이들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문득 집에서 가만히 고양이들을 관찰하곤 한다. 관찰기라기보다는 그냥 문득 멍하게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모습을 바라볼 때가 종종 있다. 가끔 정말 예상치 못한 행동들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늘 멍하게 보면서 "정말 고양이가 맞는 걸까, 너 솔직히 말해 사람이지"라고 묻곤 한다.


고양이들은 하루에 수면 시간이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잠을 정말 많이 잔다. 그래서 나 또한 보통 자는 모습 외에는 밥 먹거나 가끔 뛰거나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자는 모습 또한 남다르다. 


어느 날이었다. 우리 셋째는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몸집이 많이 큰 편이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들 놀라곤 한다. 고양이가 맞는지 곰인지.. 근데 그에 비해서 많이 먹거나 하지는 않는데 참 미스터리다. 아무튼 어느 날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셋째가 너무 더웠는지 창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근데 일반적인 고양이라면 식빵자세나 몸은 동그랗게 웅크려서 자곤 하는데 셋째는 배가 나와서 그런지 몸을 늘 바닥에 붙여서 축 늘어트리고 잠을 잔다. 마치 건조기에 걸려있는 빨래처럼 온 발을 양 옆으로 뻗어서 마치 사람이 바닥에 엎드려서 팔과 다리를 쭉 뻗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가끔은 뱃살 때문에 앉아 있는 자세가 편한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소파에 마치 사람이 앉아 있듯이 등을 기대고 "어 왔어? 우리 집은 처음이지"라는 말을 건네는 듯한 자세로 앉아서 날 맞이한 적도 있다. 신기한 건 너무 편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의자 위에서 누워서 두 뒷다리만 뒤로 쭉 뻗은 자세를 보고 가끔 괴생물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특이한 건 바로 마지막 막내이다. 이 친구는 사실은 길고양이다. 처음 만난 것은 비 오는 날, 동물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던 엄마께서 동물병원 앞에 세워진 차 아래에서 아주 작은 새끼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병원에서도 키울 수 없었고 보호소로 가면 바로 안락사이기에 집으로 데려오셨다. 그렇게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암튼 힘들었던 환경에도 불구하고 막내가 우리 집 고양이들 중에서 제일 애교도 많고 밝고 활발하다. 심지어 이제는 크기도 제일 커졌다. 막내는 가끔 정말 머리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저 생명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먼저 혼자 막 신나서 뛰어다닐 때, 이건 약과다. 그리고 늘 잠을 자면 갑자기 나타나서 배 위로 올라와 이불을 입으로 물고 서서 꾹꾹이를 하기 시작한다. 엄마도 나도 늘 "이제 시작이구나" 하면서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라는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본인은 늘 진심이다. 이불을 뺏으려고 잡아당겨도 절대 놓지 않고 계속해서 꾹꾹이를 해 나간다. 심지어 배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 작은 발에 균형을 잡아 힘주는 것까지 느껴진다. 때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고양이치고도 개냥이라 불릴 만큼 애교가 많아 사람을 찾고 무릎 위에 자주 올라오는데 이 모습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어이가 없다. 한 번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날, 오랜만에 나의 무릎에 올라왔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고양이처럼 공모양의 자세로 잘 누워있었으나 갑자기 무엇을 본 탓인지 본인 스스로가 앞구르기 동작처럼 몸을 앞으로 숙이기 시작하더니 아예 정말 공이 돼버렸다. 머리는 숙여서 아래에 가 있었고 몸은 말려서 엉덩이가 위에 있었다. 그 모습은 진짜 기괴했다. 내 눈으로도 보면서도 "이게 대체 뭘까, 고양이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진짜 머리는 아예 안 보이고 몸만 동그랗게 솟아져 있는 딱 축구공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고양이는 동물이다. 살아있고 인간처럼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되는 존재이다. 이렇게 가끔 이해 못 할 행동들과 모습들이 보이지만 이들이 있기에 나 자신이 나도 모르게 더 웃고 내 삶에 있어서 소박한 행복을 주는 것 같다. 늘 고맙고 못해줘서 미안하고 고양이는 참 이상한 생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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