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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MUZN Oct 24. 2021

번외2.  MBTI는 당신의 전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의 성격은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별자리, 혈액형별로 성격을 나누길 좋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엔 MBTI 검사가 유행하고 있다. MBTI는 앞선 별자리나 혈액형을 기반으로 한 성격 유형과 다르게 과학적으로 개발된 성격검사라는 면에서 신뢰성이 있는 검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다단하고 모순적인 면모도 많은 '인간의 성격'이라는 요소를 MBTI가 설명해주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MBTI는 I(내향)-E(외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이라는 양극단의 성격 특성을 설정하고, 각 항목의 양극단 중 어느 극단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값을 갖느냐로 16가지의 성격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종종 어떤 이들은 양극단이라 가정된 감각과 직관 모두 높을 수 있다. 그 사람은 감각과 직관 모두 높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중 하나의 요소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가졌다는 이유로 감각형 인간 혹은 직관형 인간이라고 단편적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MBTI는 '현재' 이 검사를 하고 있는 그 사람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잠재되어 있는 혹은 어렸을 때부터 형성해온 핵심 성격을 파악하는 것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의 성격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성격검사를 하기 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혹은 성격검사를 하는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등이 성격검사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변할 가능성이 적다고 예상되는 내향-외향의 극단도 변화할 수 있다.


    나는 MBTI 검사를 주기적으로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 해본 검사는 중학생  논술 수업에서 진로상담의 일환으로 했던 검사였다. 나는 INFP 유형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는데, 중학생 때의 나를  설명해주는 결과였다. 학교에서는 밝게 웃으며 친구들과 놀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밤이 새도록 울었고, 울며 지쳐 잠들었다가도 학교에 가면 밝게 웃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지냈다. 밖에서 밝게 지내기 위해서는 집에서 많이 울어야 했고, 수많은 울음을 참으며 친구들과 밝게 웃으며 노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충전하기 위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향형 인간이감정적인간이었다. 눈물로 밤을 적시는 날에는 항상  삶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를 갈구했기 때문에 이상적이고 내면의 세계를 갈구하는 사람이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 때도 진로 상담의 일환으로 MBTI 검사를 했고, 동일한 INFP 유형으로 진단받았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성적이고 감정에 더 예민한 인간이라고 굳게 믿었고, 다른 사람들이 봐도 나는 내향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 , 심리평가라는 수업의 일환으로 MBTI 검사를 한번  받게 된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INTJ 유형으로 진단받는다. 4학년 때의 나는 '열심히', '', '성실히' 나의 커리어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가장  가치를 두고 있었고, 감정을 느끼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간주하면서 조금  '성공' 알맞은 삶을   있도록 나를 채찍질하였다. 과거와 다르게 감정을 배제하고, 사고적이고 계획적으로 삶을 살고 있었으니 당시의 나를 반영한 MBTI 결과도 변한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다시 MBTI 검사를 했을 , 나는 ENFP라는 엉뚱한 결과를 받게 된다. N-F-P , 고등학생 때도 동일하게 나온 수치이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았지만, 평생 내향형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들도 그렇게 지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외향형으로 나온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 변해서 갑자기 내향형에서 외향형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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