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저 Oct 22. 2023

1.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말씀이 틀렸어요. 

이렇게 오랜만에, 이렇게 뜬금없이 선생님께 편지를 씁니다.  왜 선생님이 문득 생각났을까,  왜 이 말들을 선생님께 하고 싶었을까요?  


선생님을 떠올리면 두꺼운 불테 안경 너머로 반달 웃음을 하시던 그 선한 눈매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키가 작다고 놀리는 아이에게 하늘에게 재면 선생님도 큰 키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던 모습도 생생합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번도 때리지 않으셨어요.  제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 12년 동안 학생들을 한 번도 때리지 않은 유일한 분이시지요.  무한한 신뢰를 주셨고,  늘 칭찬해 주셨어요.   그 해 저는 학교 가는 것이 참 행복했습니다.  선생님께 받는 칭찬이 너무 좋아서 단원 평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고,  매일 일기도 열심히 썼습니다.   수학 경시대회 상도 받고,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하여 라디오 인터뷰도 했어요.   교칙을 어기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숙제 제출일도 단 한번 어긴 적인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농담처럼 늘 말씀하셨어요.  우리 ㅁㅁ는 법 없이도 살겠네.  서울대 법대 합격할 거야.  ㅁㅁ같은 아이는 법조인이 되어야 해.


돌이켜 보건대,  선생님 말씀은 틀린 적이 없는데,  이번에 아니에요.   저는 서울대 법대를 가지 못했고,  법조인도 아니에요.  법 없이도 살 착한 아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어떤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네, 선생님. 

저는 전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