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이 틀렸어요.
이렇게 오랜만에, 이렇게 뜬금없이 선생님께 편지를 씁니다. 왜 선생님이 문득 생각났을까, 왜 이 말들을 선생님께 하고 싶었을까요?
선생님을 떠올리면 두꺼운 불테 안경 너머로 반달 웃음을 하시던 그 선한 눈매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키가 작다고 놀리는 아이에게 하늘에게 재면 선생님도 큰 키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던 모습도 생생합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한번도 때리지 않으셨어요. 제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 12년 동안 학생들을 한 번도 때리지 않은 유일한 분이시지요. 무한한 신뢰를 주셨고, 늘 칭찬해 주셨어요. 그 해 저는 학교 가는 것이 참 행복했습니다. 선생님께 받는 칭찬이 너무 좋아서 단원 평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고, 매일 일기도 열심히 썼습니다. 수학 경시대회 상도 받고,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하여 라디오 인터뷰도 했어요. 교칙을 어기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숙제 제출일도 단 한번 어긴 적인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농담처럼 늘 말씀하셨어요. 우리 ㅁㅁ는 법 없이도 살겠네. 서울대 법대 합격할 거야. ㅁㅁ같은 아이는 법조인이 되어야 해.
돌이켜 보건대, 선생님 말씀은 틀린 적이 없는데, 이번에 아니에요. 저는 서울대 법대를 가지 못했고, 법조인도 아니에요. 법 없이도 살 착한 아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어떤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네, 선생님.
저는 전과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