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저 Oct 22. 2023

4. 엄마, 뺨을 맞았어.

딸이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되었다.

엄마, 빰을 맞았어. **이가 양쪽 뺨을 때렸어.

머리가 하얘졌어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상황 파악이 안 되었습니다.  

왜?  선생님껜 말씀 드렸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며 떨리고 있었어요.  아이를 학교로 다시 밀어 넣고, 당장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오라고 했어요.  심장이 날뛰고, 얼굴이 상기되었습니다.  잠시 뒤, 나타난 아이가 선생님이 교실에 안 계셔서 그냥 왔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그 날 처음 맞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지속적으로 맞아 왔어요.  처음엔 다리, 다음엔 팔, 머리, 급기야 뺨까지.   때리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는 장난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했어요.  너무나 사랑했던 단짝 친구.   친구가 되고 싶어, 친해지고 싶어서 너무 애썼던 친구.   가장 사랑했던 친구가 한순간 나를 공격하는 대상이 된 것이었습니다.  쉰 넘은 아줌마와의 말싸움에도 밀리지 않던 아이가 큰소리 한 번 못 쳐보고 맞고 왔습니다.  선생님께도 엄마한테도 내색 한 마디 못하고, 그 아픔을 혼자 감당해 온 것이었어요.  어떤 때 때리고 어떤 때는 너무 다정하게 놀아주는 친구의 태도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혹시나 혼자 남겨지는 왕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냥 견뎌 왔던 것이었어요. 


냉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하며 저는 울먹였습니다.  울음을 꾹꾹 누르며 이성적으로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친구가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겨우 10살인 아이가 알게 되었다는 것에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무엇보다 자책이 컸습니다.   아이는 혼자서 혼란과 무력감을 견디며 저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아이의 모든 것을 들어주는 편안한 엄마가 아니었어요.  


아이가 친구에게 맞는 장면이 순간순간 떠올랐어요.  떠오를 때마다 울컥했어요.  청소를 하다가, 설겆이를 하다가, 장을 보다가, 그냥 걷다가  순간순간 울컥했어요.  그냥 주르륵 눈물이 흐르는데, 어떻게 제어가 안됐어요.  사회적 상황도 학폭이 이슈였습니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 기사가 모든 신문마다 실렸습니다.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또 한번 절망했습니다.  



            “ 피해자들은 금전적 보상보다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더 바랬다.

              ‘더 글로리’는 그런 피해자들이 폭력을 당할 당시 상실한 ‘인간적 존엄, 명예, 영광’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 동은이를 통해 피해자들은 잘못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 인터뷰 중에서>




사건 발생 이틀 후,  ** 어머니의 사과 문자를 받았습니다.   구구절절한 글 사이로 보이는 한 구절 


              

                          앞으로 "과격한 장난"을 하지 않도록 지도하겠습니다. 




선생님,  과격한 장난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자존과 존엄과 명예가 깨진 그 순간이,  우정을 지키려 선생님께 한 마디로 말하지 않고 버틴 그 시간이,   **이에게 다 장난이었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가해자가 보인다는 그 논리  '장난'.  이 단어를 본 순간, 저는 학교 폭력 신고를  결심했습니다. 




 








이전 03화 3. 피눈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