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그 참혹한 이야기
담임 선생님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 폭력 신고를 위해 학교를 찾았습니다. 중앙 현관에서 교무실 옆 상담실까지 걸어가던 길이 참 길고 스산하게 느껴졌습니다. 상담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지도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학교 폭력 담당 선생님께서 학교 폭력 신고 절차에 대한 프린트물을 들고 오셨습니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되지는 설명해 주셨고, 지금 심경이 어떤지 물으셨습니다. 괜찮은 거 같다가도 아이가 맞는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하려는데 벌써 울컥하여 말을 다 잇지 못했습니다.
아이와 **이는 바로 분리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분리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냐고 여쭈어 봤습니다. 과밀 학급으로 남는 교실이 없어서 한 반에 있으면서 서로 접촉이 없도록 지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면 등교를 못하게 할 수 있으나, 최대 3일이며 이럴 경우 가해자의 학습권을 위해 학교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분리라는 것이 나래에게 오히려 고통이었음은 아이가 쓴 글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단짝을 잃은 아이는 오히려 혼자가 되었고, 혼자 다른 별에 있는 쓰레기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신고 후, 사건을 서류로 작성하는 일 역시 힘들었습니다. 맞았던 순간을 계속 떠올려야 했습니다. 몸 어디어디를 맞았는지, 몇 번을 맞았는지, 뺨은 오른쪽을 먼저 맞았는지, 왼쪽을 먼저 맞았는지, 그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때렸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했습니다. 피해 사실을 증명해 내야 했습니다. 그 때마다 화가 치밀었습니다. 왜 맞고 있었니? 차라리 똑같이 때려주지 그랬어? 바로 선생님께 달려가지, 뭐했어? 널 얼마나 바보로 알았으면 몸 여기저기를 그렇게 때려? 아이를 더 아프게 하는 말들을 퍼부었습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저는 이 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가 났습니다. 선생님, 저의 분노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가엽기만했던, 할 수 있다면 내가 고스란히 대신 아파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왜 그런 모진 말들만 나왔을까요? 한편, 걱정도 했습니다. '맞을 만 했다'라는 피해자의 멍에가 씌워지는 건 아닐까? 후회도 했습니다. 그냥 잊자고 말하고 묻어버리는게 나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