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저 Oct 22. 2023

6. 정신과 진료

그 때 저는 참 많이 아팠습니다. 

신고 후,  일련의 과정을 겪어내며 우리는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나래와 저 남편 모두 심리 검사를 받았고, 저와 나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요?  저와 남편 모두 자아 존중감이나 양육 태도가 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나래는 자신을 공격한 친구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있고,  특히 또래 친구들을 유치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신과를 찾은 이유는 단 한가지,  혹 나래가 학교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는 속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라도 그런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으면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병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 어머니 마음은 어떠세요?  어떤 생각을 하세요? "

" 선생님,  얼굴이 옆으로 휘둘릴 정도로 뺨을 맞고 있는 아이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사람들은 자꾸 제 마음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괜찮다가 문득 떠오르는 장면에 눈물만 주르르 흘렀습니다.  잠든 아이를 보고 있으면,  꺽꺽  울음소리까지 나서 손으로 입을 가려야 했습니다. 


4년 전 사진이라며 문득 나타나는 핸드폰 사진 속 아이 모습이 눈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예뻤던 얼굴, 찬란했던 미소,  봄 햇살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 얼굴이 아픔이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까페에 있다 갑자기 주책없이 눈물이 흘러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후루마리 휴지를 둘둘 풀어 눈물을 훔치면 금방 축축해졌습니다.  화장실 한 칸 모서리에 머리를 기대 엉엉 울며 눈물을 훔쳐내는 날들이 계속 되었습니다. 


선생님,  그 때 저는 참 많이 아팠습니다. 


이전 05화 5. 학교 폭력 신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