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학폭 신고가 되면 교내 전담기구에서 학교장 자체 해결 여부를 심의하게 됩니다. 학교장 종결이란 사건이 경미하거나 일회적인 경우, 재발 사건이 아닌 경우 피해자 측이 동의했을 때 교육청 학폭위로 가지 않고 사건이 종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신고 후 며칠이 지나고, 교내 전담기구의 심의 결과를 받았습니다.
학교장 종결건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학교장 종결로 끝낼만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였습니다. 가볍지 않은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내 딸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 가해자에게 더 무거운 벌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 심의 결과를 바라보는데 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교육청에 학교폭력위원회 심의 날짜가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헤당 날짜에 직접 출석하여 사건의 내용을 진술하고 심의위원들의 질의에 대답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겪고 몇 달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래는 이 사건을 잊고 싶어 했습니다. 심의 위원들 앞에서 자신이 맞았던 순간을 다시 되뇌어 낱낱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고, 저 역시 아이를 그런 상황 안에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면 진술로 대체했고, 가해자가 어떤 처분을 받더라도 받아들이자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1호, 서면 사과 다시 말하면 반성문 쓰기 정도였습니다.
몸, 팔, 머리, 다리 등 몸을 때린 것은 장난의 일부로 보이나 뺨을 때린 것은 통상 장난으로 보기 힘들고, 그래서 1호 처분을 내린다는 논리였습니다.
학교 폭력 교육의 핵심은 가해자가 장난이라며 한 행동에 장난의 대상이 된 당사자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이 계속된다면 더이상 장난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해마다 이런 내용의 교육을 받습니다.
나래는 하지 말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때지면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심의에 전혀 반영이 안 된 듯 했습니다.
교육이 핵심 내용과 심의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 학폭위 심의위원들의 전문성과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의심스럽기까지 했으나, 문제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이 사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