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반성문이라고요?
얼마 후, 가해자가 썼다는 반성문을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는데 끓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괜찮아지려 애쓰며 꾹꾹 눌러 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발했습니다.
A4 한 장에 네임펜으로 쓴 총 47글자의 내용. 자신도 피해자라는 뉘앙스, 여전히 보이는 장난이라는 단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는 변명. 이것이 반성문이 될 수 있다는 기막힌 현실에 아연질색했습니다. 피해자를 기만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따위 글을 쓸 수 있는지, 그 순간 내 안에서 소용돌이 쳤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보시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셔 교내 학폭 담당 선생님과 의논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학폭 관련 메뉴얼에 반성문을 다시 쓰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어 반성문에 대한 지도는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교육청에 문의했습니다. 교육청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고, 학교에서 학생 지도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결국, 학교도 교육청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께 다시 물었습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반성문에 욕을 썼다면, 그래도 그것에 대한 지도를 할 수 없는 건가요? 메뉴얼에 없어서?."
"현실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저는 이 반성문이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네가 아무리 맞았어도, 아팠어도, 분노했어도, 나는 이 정도만 하면 사건 끝이야. 너희들의 고통은 이 정도의 무게야.
행정소송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나래가 반대했습니다.
엄마, 나는 이제 **이랑 상관없이, 이 사건을 다 잊고 새학년 새학기를 시작하고 싶어.
반성문이 든 봉투를 바닥에 두고 저는 밤새 울었습니다. 저주했습니다. 내가 운만큼, 이 분노만큼 너희들도 아프기를, 고통받기를, 똑같이 겪기를, 밤새 울며 저주하고 또 기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