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 마세요.
경찰서로 향하는 길,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잘못한 게 없으니 어깨 펴고 당당하세요, 그렇게 착한 얼굴로 축 늘어져 있으면 죄 있어 보이잖아요. 애써 농담을 건네는 것을 보니 제가 긴장하고 있긴 했나 봅니다.
경찰관 앞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습니다.
숙제 제출일 잊어 본 적, 교칙 한번 어겨 본 적 없는 저에게 친구들이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던 기억이 납니다. 저보고 항상 반듯하다 말씀해 주셨는데, 선생님, 저는 피의자가 되어 경찰서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경찰관 앞에서 저는 당당해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반박하며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제 딸도 학폭 피해자였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변호사가 말했습니다.
"어쩌면 용서가 가장 큰 복수가 될 수 있어요."
순간 아득해졌습니다.
"용서요? 용서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저는 다시금 저주의 말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용서라구요? 웃기지 마세요.
선생님, 저는 이제부터 더 처절하게 제가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되뇌일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에게 돌려 줄 방법을 강구할 것입니다. 법으로 하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어른과 어른의 싸움이 되겠지요. 잘 되었습니다. 저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