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말하기로 마음먹은 날보다 말하지 않기로 결정한 날들이 훨씬 많았다.
말하지 않은 이유는 늘 비슷했다. 이 정도로 말하면
유난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괜히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까.
지금 이 관계를 굳이 흔들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나는 수없이 많은 마음을 ‘굳이’라는 말 뒤에 남겨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하지 않은 마음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형태만 바꾼 채 계속 남아 있었다. 어느 날은
괜히 예민해진 표정으로, 어느 날은 혼자만 피곤해진 마음으로, 또 어느 날은 아무 이유 없이 관계가 버거워지는 감정으로.
그제야 알게 됐다. 말하지 않은 마음은 없어진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나를 찾아온다는 걸.
그래서 요즘은 불안을 느낄 때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마음을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는 어떤 상태로
이 관계를 이어가게 될까.
꼭 상대에게 당장 털어놓지 않더라도, 적어도
내 마음을 없는 것처럼 취급하지는 말자고. 누군가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나에게 말해주는 연습부터 해보자는 쪽으로.
‘나는 지금 조금 불안하다.’ ‘이 감정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렇게 마음을 한 번 인정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불안은 조금 다른 얼굴이 된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천천히 다뤄도 되는 상태로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불안을 데리고 관계를 한다. 여전히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망설임을
혼자서만 버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사실은 비슷하다. 불안을 완전히 이해해서도 아니고, 이미 잘 다루고 있어서도 아니다.
다만 이 마음을 혼자만 겪는 게 아니라는 걸 조용히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어딘가에서 잠시 멈췄다면,
그건 당신 안에도 비슷한 마음이 한 번쯤은 지나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굳이 정리된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짧은 문장이어도,
조각난 감정이어도. 여기에서는 그 정도의 말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아직 그 마음들을 연습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