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그래도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by 새벽

살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는 순간이 있다. 분명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다시 마음이 무거워지고,
다짐했던 일들을 또 미루고, 괜찮아졌다고 믿었던 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지는 날.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이럴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무너뜨린다.



왜냐하면 그 질문은 언제나 나에게서 이유를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자주 나를 포기하고 싶었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았고, 남들은 쉽게 해내는 일들이 나에게는 너무 버거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나를 밀어붙였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더 버텨야 한다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나는 그게 성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를 계속 몰아붙이는 삶은 결국 나를 지치게 만든다는 걸.
버티는 힘만으로 살아가면 언젠가는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는 걸.


나는 그 사실을 조금 늦게 배웠다.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내 삶에는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갑자기 모든 게 좋아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미루는 날이 있었고, 여전히 기분이 흔들렸고,
여전히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달라졌다.



나는 예전처럼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실수하면 나를 공격했다. “왜 또 이러지.” “왜 이것도 못 하지.”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 그 말들은
나를 더 나아지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말을 한다. “오늘은 조금 어려운 날이었구나.” “지금은 쉬어야 할 때일지도 몰라.” “괜찮아, 다시 해보면 돼.” 그 말들은
처음에는 낯설었다.



나는 늘 나를 채찍질하는 방식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니라 지지였다는 걸.



나는 이제 나를 끝까지 데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흔들려도 괜찮고,
가끔 멈춰도 괜찮고,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이다. 삶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어떤 날은 가볍고, 어떤 날은 무겁고,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그 모든 날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지금의 나는 그 흐름을 조금 다르게 본다.



흔들리는 날에도 나는 살아가고 있고, 조금 느린 날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



그 사실을 이제는 인정하려고 한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완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실수할 것이고, 여전히 흔들릴 것이고, 여전히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를 약속했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붙잡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 편이 되기로 했다.



그 선택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오늘의 나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하루를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고,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많은 날을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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