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괜찮아졌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by 새벽

나는 한동안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무너지지 않는 날이 늘었고, 나를 몰아붙이는 시간도 줄었고, 예전보다 나를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했다. 이제는 괜찮아진 걸까. 이제는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을까. 하지만 삶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다. 별일도 없었는데 몸이 느려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사소한 말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예전 같으면 나는 바로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또 시작이네.” “나는 아직도 안 됐구나.”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흔들린다는 건 다시 망가졌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살아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사람은 매일 같은 상태로 살 수 없고, 마음도 늘 같은 온도를 유지하지 않는다.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으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좋은 날과 어려운 날 사이를 오간다.


아침에 괜찮았다가 저녁이 되면 무거워지고,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갑자기 조용해지고 싶어진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 변화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본다. 흔들리는 날에는
내가 못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흔들림은 실패가 아니라 조절의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넘어지지 않으려면 몸이 조금씩 균형을 잡아야 하듯이.


나는 이제 흔들리는 날을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그날을 지나가는 방법을 생각한다. 일정을 줄이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사람들과 거리를 조금 두고,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은 그냥 천천히 가자.” 그 말이 예전보다 훨씬 크게 들린다. 신기하게도 흔들림을 인정하자 두려움이 조금 줄었다.


나는 이제 항상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괜찮지 않은 날도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그 차이가
내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든다.


회복은 흔들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찾는 과정이었다. 나는 아직 그 과정 한가운데 있다.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여전히 불안하지만,그래도 예전보다
조금 덜 무섭다. 오늘도 나는 흔들렸다.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이제 흔들리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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