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by 새벽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원래의 너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 말은 따뜻한 응원처럼 들리지만 어쩐지 마음 한쪽이 조용히 흔들린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예전의 나는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안에서는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는 걸. 예전의 나는
항상 괜찮은 척을 했다.


힘들어도 웃었고, 무리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했고, 잠이 부족해도 버텼고, 아픈 마음을 설명하는 대신 숨겼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활기 있고, 밝고, 강하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모습 뒤에는 늘 지쳐 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한때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게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게 달리고, 무리해도 버틸 수 있고,
밤을 새워도 괜찮았던 그때.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회복이 아니라 다시 무너지는 시작이었다. 나는 그때 나를 너무 많이 소모하고 있었다.



치료를 받고, 내 상태를 이해하고, 조금씩 나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고, 예전처럼 숨기지 않고, 예전처럼 나를 밀어붙이지 않는 삶.


그건 뒤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르게 앞으로 가는 일이었다.
가끔은 예전의 내가 그리울 때도 있다.



에너지가 넘치던 순간, 겁 없이 시작하던 용기, 아무 생각 없이 웃던 날들. 하지만 그 기억은 항상 끝에 피로를 남겼다.



나는 이제 그 끝을 알고 있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느리고, 조금 더 신중하고, 조금 더 자주 쉰다. 예전 같으면 포기라고 생각했을 선택들이 지금은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됐다.



쉬는 건 게으름이 아니고, 멈추는 건 실패가 아니다.
그걸 배우는 데 나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종종 변한 나를 보고 말한다. “요즘 좀 달라졌네.”
“전보다 조용해진 것 같아.” 맞다.


나는 달라졌다. 하지만 그 변화는 나를 잃은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변화다. 나는 이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살아간다.



예전처럼 끝까지 달리지 않고, 예전처럼 모든 걸 혼자 감당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도움을 받고, 필요하면 멈추고,
필요하면 쉬어간다.



그 선택들이 나를 조금 더 오래 살아가게 만든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살아남기 위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금의 나로 계속 살아가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느려도, 때로는 흔들려도.그게 내가 선택한 새로운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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