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회복이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있었다.
회복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이제는 아프지 않고, 이제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상태.
그래서 나는 좋아졌다가 다시 힘들어지는 날이 오면
모든 게 실패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직도 안 됐구나.” “결국 다시 돌아온 거구나.” 그 생각은 나를 다시 처음으로 데려갔다.
조금 괜찮아진 날들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힘들었고, 해야 할 일을 조금씩 해냈고, 사람들과 대화해도 지치지 않는 날들.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안심했다.
이제 끝났나 보다. 이제 나도 정상으로 돌아왔나 보다.
그런데 꼭 그런 날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흔들림이 찾아왔다.
아무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고, 사소한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다시 모든 게 버거워지는 날. 그 순간 나는
그동안의 노력이 다 사라진 것처럼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나는 예전처럼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무너져도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졌고, 예전 같으면 일주일을 잃었을 일이 이제는 하루, 이틀로 지나가기도 했다.
그 차이는 처음엔 잘 보이지 않았다.
회복은 드라마처럼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주 조용하게,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 내 삶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회복은 직선이 아니다. 계단처럼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좋아지면 계속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회복은
파도에 더 가까웠다.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가고, 또다시 돌아오는 것.
그 안에서 조금씩 중심을 잡는 것. 예전의 나는
흔들리면 스스로를 의심했다.
“왜 또 이래?” “왜 아직도 이러지?” “나는 언제 완전히 괜찮아질까?” 지금의 나는 다르게 묻는다.
“지금은 어떤 상태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했지?”
“지금 필요한 건 뭘까?” 질문이 바뀌자 하루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나는 이제 완치라는 말을 조금 내려놓았다. 완전히 아프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흔들릴 때 어떻게 나를 지킬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에너지가 없으면 일정을 줄이고, 기분이 빨라지면 결정을 미루고, 몸이 무거우면 쉬는 걸 허락한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조절이다.
가끔은 예전의 나를 그리워할 때도 있다. 아무 고민 없이 달리던 순간들, 무작정 에너지가 넘치던 날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속도는 오래 가지 않았고, 나는 늘 그 뒤에 크게 지쳤다.
지금의 나는 조금 느리지만 조금 더 오래 간다.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아도 나는 살아갈 수 있다.
흔들리는 날이 있어도 그게 실패는 아니다. 오히려
흔들리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것이 내가 만든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좋은 날과 어려운 날 사이를 오간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파도를 없애려는 대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고 있다. 완벽한 회복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하루는 있다.
오늘 나는 완전히 괜찮지 않았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그리고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나를 안심시킨다.
나는 지금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