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그래도 나는 계속 살아가기로 했다.

by 새벽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운 날이 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몸이 느려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조용히 숨고 싶어지는 날.



예전의 나는 그런 날을 견디지 못했다. 왜 이런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 “내가 문제인가 보다.”
“나는 왜 이 정도도 못 버틸까.” 그 질문들은 나를 점점 더 작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내 상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삶은 늘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어떤 날은 가볍고, 어떤 날은 무겁고, 어떤 날은 그냥 지나간다. 그 차이를 예전의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항상 괜찮은 상태로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괜찮지 않은 날이 있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건 아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도 해는 뜨고, 조금 느리게 걷는 날에도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나는 그 흐름 안에서 계속 살아가기로 했다.



완벽하게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흔들려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고, 가끔 멈춰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나는 이제 그 순간을 믿는다. 예전의 나는 삶을 버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삶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버티는 삶은 언젠가 무너질 수 있지만, 이어가는 삶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예전처럼 불안해지고, 예전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나는 오늘도 아주 평범한 하루를 살았다. 특별한 일도 없었고, 대단한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하루를 끝까지 살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생각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거창한 결심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말한다.




내일도 살아가 보자.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흔들리더라도.
그래도 계속 살아가 보자.

이전 15화14화. 괜찮아졌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