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운 날이 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몸이 느려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조용히 숨고 싶어지는 날.
예전의 나는 그런 날을 견디지 못했다. 왜 이런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 “내가 문제인가 보다.”
“나는 왜 이 정도도 못 버틸까.” 그 질문들은 나를 점점 더 작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내 상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삶은 늘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어떤 날은 가볍고, 어떤 날은 무겁고, 어떤 날은 그냥 지나간다. 그 차이를 예전의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항상 괜찮은 상태로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괜찮지 않은 날이 있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건 아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에도 해는 뜨고, 조금 느리게 걷는 날에도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나는 그 흐름 안에서 계속 살아가기로 했다.
완벽하게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흔들려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고, 가끔 멈춰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나는 이제 그 순간을 믿는다. 예전의 나는 삶을 버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삶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버티는 삶은 언젠가 무너질 수 있지만, 이어가는 삶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예전처럼 불안해지고, 예전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나는 오늘도 아주 평범한 하루를 살았다. 특별한 일도 없었고, 대단한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하루를 끝까지 살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생각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거창한 결심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말한다.
내일도 살아가 보자.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흔들리더라도.
그래도 계속 살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