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는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들(초등학교 동창이자 친척으로 살아온 지 어느새 70년, 팔순의 두 여자)은 다른 가족의 권유에 못 이겨 서로를 마주하고 말았다. 오는 교통편이나 날씨를 이야기하기가 눈빛을 교환하는 것보다 먼저인 것이 다행인 그들이다. 의자를 당겨 자리를 잡을 때에야 비로소 서로의 얼굴을 살피고 거짓 미소를 띄울 수 있었다.
그들은 총 세 번의 어퍼컷을 서로에게 날리며 자신의 펀치가 유효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첫 번째 라운드-약
" 요즘 어디 아픈데 없어요?" 안부인사로는 평이하다.
"아픈 데가 어딨어? 아픈데 없어." 의외의 반응이다. 인사를 시작한 이가 먼저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약은 드시는 거 있잖아? 한 번 더 날려본다.
" 고혈압은 기본인데, 뭐"란 자신의 대답에 이어갈 말이 없는지 입꼬리가 내려앉는 맞은편 친구를 목격하니 최근에 매일 아침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도는 한 살 많은 그녀, 미소를 장착한다.
두 번째 라운드-마늘
" 요즘 누가 그렇게 힘들게 살아요, 난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지. 까놓은 거 사면 얼마나 편한데, 그걸 언제 다 까고 있수?"
" 노느니 뭐 해? 천천히 놀며 쉬엄쉬엄하는데 뭐, 난 까놓은 건 약품처리한다고 들어서 싫던데. 그거 빠아놓으면 색이 퍼렇게 변하쟎어. 그게 다 약품 쳐서 그런 거여"
"그게 약품 쳐서 그렇대요?" 놀란 눈이 되며 이어간다.
"근데 누가 퍼렇게 변하도록 많이 산다구? 나는 아주 조금씩 사거든. 그래서 그런 거 본 적이 없는데."
자신 없는 그녀, 분명히 파란색 마늘을 보고 의아해한 적이 있으니 목소리는 저절로 잦아든다.
어서 태세 전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만 한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뒤적이며 음식평을 시작한다.
세 번째 라운드-오이지
"내가 만든 방법을 가르쳐주니 다들 맛있다고 하던데."
"요즘 누가 그렇게 오이지를 먹어? 우리 애들은 오이지를 잘 안 먹어."
" 아이구, 여름에 밥맛 없을 때 오이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 잘난 오이지 말고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를 속으로 생각하는 그녀, 한 번 더 올려친다.
"우리 애들은 잘 안 먹어" 덧붙인 그 말! 우리 애들!
고개까지 가로저으니 '그 잘난 오이지'를 입 밖으로 내지 않고도 맘이 뿌듯하다.
우리 애들, 특히나 네가 부러워하는 우리 애들이 별로 안 찾는다는 말이다.
수면제를 먹는 친구에 비해 자신이 더 건강하니 선방한 1라운드!
마늘 까는 수고 대신 약품처리 불안감으로 방어를 제대로 한 2라운드!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마무리한 3라운드! 마지막 고개를 저으며 그녀가 덧붙인 '우리 애들'은 상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니 방어가 불가능한 한 방을 날린 것이다.
잽도 안 되는 것이!
더는 억지로 보지 말자!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