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당아욱 0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카롱 Jul 10. 2023

"인생, 짧아!"

    어서 많이들 놀아라

" 엄마, 어제 계단을 오르는데 정말 엉치까지 찌릿하면서 무릎이 시원찮은 게 확실히 느껴지더라구요."


이제 몸의 이곳저곳에서 노년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별 수 없고 예외도 없다. 엄마에게 이런 신호를 주절주절 늘어놓을 때 나는 어리광을 부리는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는 잘하지 않는 이야기를 걱정이 되실 테니 조금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이러니 엄마가 얼마나 힘드실지 알 거 같아요."

" 네, 네. 내 나이 되어보셔요." 장난스레 말씀하시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어서 놀러 가라 일러주신다. 이제 손주가 생기면 너도 자유롭지 못할 테니 어서 놀러 다녀라, 당부하신다.


그런 엄마에게 엄마가 얼마나 힘드실지 알겠다고 한 말은 "내가 이 정도니, 엄마가 이제는 어디 못 간다고 하신 말씀이 이해가 가요. 그러실 것 같아요. 그러니 저 정말 엄마 두고 놀러 갑니다"를 에둘러 말한 것이다. 


그동안 짧게는 10여 일에서 길게는 30일에 가까운 여행을 온 가족이 나다니면서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다는 엄마를 모시고 다니지 않은 게 참으로 통탄스럽다. 한심하다. 아버지의 치매를 핑계 삼았었다. 


우리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시기와 아버지가 치매를 앓기 시작한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신 것이 아니었는데 왜 나는 두 분을 모시고 갈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몇 번을 권해보기는 했지만! 

됐다. 어딜가냐, 아버지를 모시고! 란 말씀에 너희만 그리 다녀도 나는 뿌듯하다.라고 생각해 주시는 줄로만 생각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내가 제일 후회되는 것은 바티칸 여행이다. 어머니는 신실한 카톨릭 신자시다. 지금도 매주 천천히 걸어서 성당에 다녀오신다. 


"할머니 휠체어도 준비하고 모시고 다닐 수 있어요."

"엄마, 중간 지점에서 내려 공항 근처 호텔에서 쉬고 다시 기력회복하고 또 떠나고 하면, 될 거 같은데요."

말씀은 그렇게 드리고도 접시를 집어 들고 주방으로 걸어 나오며 뭐 그렇게 해서까지,라는 생각도 없지 않다.


"아이고, 하하. 이제 어디 못 간다. 그리고 집이 최고야. 가고 싶은데도 없어요. 나도 미국, 태국, 필리핀 갔었잖아. 다들 걱정들 말고 너희들끼리 다녀와라. 인생 짧다."


그렇게 수차례 권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결국엔, 

"저도 아파보니 이해가 가요"라는 말로 "저만 가서 미안해요"를 대신한다.



 



이전 05화 기다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