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뒷담화를 백 프로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내가 겪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늘 같은 취향이거나 삶의 방식을 가진 것이 아니니 거북함을 느끼거나 못마땅한 경우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모와 자식도 그럴진대 가족이 아닌 타인과는 별도리가 없다. 비슷한 취향이어도, 오랜 기간 가까이 지냈어도 성격이나 취향이 가진 여러 모양의 모서리는 부딪히고 깨지기도 한다.
상대라는 변수에 따라 상수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특성마저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가지기도한다. 사회성이란 이름으로 모서리를 만지고 다듬어 적응해 가며 산다. 그리고 적응이라는 이름의 대응에 놀라움을 감추기도 타인의 새로운 면모에 두 손을 들기도 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변덕도 싫증도 가능하다.
자신을 설명하느라 뒷담화가 도구가 되기도 한다.
뒷담화의 전제는 너에게만 말하지만, 혹은 말은 안 하려고 했지만!이다. 단서를 달고 뒷담화를 하는 자신에게 가혹하지 말아 달라는 사전 작업을 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동서의 행동 하나에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어 친구에게 뒷담화를 했다. 기필코 처음이다. 늘 배려심 있고 진중한 아랫동서에 대해 칭찬을 얹어주는 편이었는데 말이다.
백화점이 닫히는 시간이었다. 백화점 상층부 식당가에서 식사와 음료까지 4시간에 가까운 수다를 마치고 일어섰다. 대체로 시누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인 동서가 차를 가지고 왔으니 댁까지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마다하며 사람들이 없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니 분주히 정리를 하는 백화점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다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이어져 어느새 1층을 막 지나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 1층으로 나가야 버스를 타지요" 황급히 움직일 채비를 하며 말을 건넸다. 어어! 하는 사이 지하 1층 식당가로 내려와 버리는데 "버스가 바로 오지 않을 수도 있고...."라며 동서가 재차 차를 타고 가시라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는 생각에 주차장으로 이동을 했다. 백화점 주차장이 그렇게 텅텅 비어있는 것은 처음 본 일이다. 4대가량의 차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눈에 익은 동서의 흰색 차가 보이지 않았다. 키에 반응한 차량은 검은색 SUV였다. 차 바꿨네! 시누와 감탄하는데, "네, 얼마 전에 작은애가 자신이 모은 돈으로 사주었어요."며 입을 열었다. 연신 "대단하네!" "좋다"를 말하며 차에 오르니 뒷좌석 안쪽에 멜론이 놓여 있었다. 두 개씩 묶은 멜론을 한 무더기씩 드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는 동안 한 번도 "무거운 멜론 때문에 타고 가셔야 할 것 같아요"를 왜 말하지 않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차례 버스 타고 가면 되는데 돌아서 가면 너무 늦고 내일 출근도 하는 데를 말한 내 말에 왜 그렇게도 입을 꾹 닫고 있었을까? 멜론은 계획에 없었던 걸까? 망설였던 걸까? 자리에 앉아 뻘쭘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마다 너무 다른 성격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멜론을 후식으로 내어 놓으며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뒷담화를 한 것이다.
'통화는 별로'
라는 짧은 카톡응답으로 내게 마음의 상처를 준 친구와 한 두? 달의 소원한 시간을 넘겨 다시 일상을 건네고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보낸 카톡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가 다시 오기에 그때의 서운함은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친구에게는 친구를 통해 전해 들은- 다소 얄밉게 표현되는- 작은 동서가 있어 하나의 교집합도 있었기에.
아침부터 어제의 일이 자꾸 떠올라 정황을 묘사한-위에서 처럼- 카톡을 4,5번에 나누어 보냈다.
바로 답이 왔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
다시, 강력한 거부반응 '통화는 별로'가 떠올랐다.
'관심 없어'의 다른 말 '내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 뒷담화라지만 나무랄 정도의 말은 아니었으며 그 정도는 본인도 했던 것인데 굳이 이렇게 짧고 차갑게?던져 무안함을 주는 걸까?
너는 더 이상 나와 말을 하기가 싫은 거구나! 싶었다.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모르는 나이도 아니고 친구에게 서운함을 넘어 화가 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아이처럼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까칠한 건 어떻게 안 되는 거구나!
얼마 전 대화를 재기했을 때 친구에게서 받은 그녀의 MBTI결과물이 떠올랐다. 친구가 보낸 글엔 성격의 특성을 캡쳐한 그림과 짧은 질문이 있었다.
"내가 이 정도냐? 이건 너무 딱딱한 거 아닌가?"라고 친구가 보낸 결과물은 INTJ였다. (본인이 한 것도 아니고 귀챦아하니 딸이 대신한 것이라는)
나무위키에는
"이들은 따뜻함보다는 합리적인 것을, 인기보다는 옳은 것을 선택한다. 진리와 깊이 있는 지식을 중요시하고, 가벼운 잡담이나 선의의 거짓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때로는 본의 아니게 모욕을 주거나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모임일부에서는 자신을 쌈닭이라고 한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도 있으니 모든 문장에 수긍이 간다.
한 번 다시 생각은 해 본다만, 너무도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다. 맞아 넌 너무 까칠하고 고집이 세지!라고 속말을 여러번 했다.
INFP인 나와의 교집합은 단지 내성적인 것뿐이었구나!
내내 말하지 않았던 동서와 까칠한 친구가 머릿속에 또아리를 튼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