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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Oct 29. 2023

어디 일 다니세요?

학교 어디?

주기적인 정수기 점검의 날이다.

몸이 잰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요즘 너무 덥죠?"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가 답을 갈무리한다.

"그래도 여긴 높아서 바람이 시원해서 좋겠어요."

바람 한 점 없는 한 여름이다. 뚝 떨어진 곳에 혼자 윙윙 소리내며 돌고 있는 선풍기의 바람이 그녀에게 미치기는 한 걸까?

그녀의 손놀림은 매우 일사불란하다. 멀뚱히 서있기도 뭐 해 거실 이곳저곳 물건을 정리하는 내게 그녀가 묻는다.

"어디 일 다니세요?"

"네"

"어디?" 짧아진 그녀의 말이 재미나 가만있어본다.

"잡지사 같은데 뭐 그런데 다니세요?"

"아니요."

"그럼 혹시 미용실 하시나요?"

그녀의 추측을 더 놔두면 어떤 상상이 가능할까 궁금하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학교요."

"학교?" 그녀가 한번 되뇌인다.

"학교 어디?" 일을 멈추고 다시 한번 훑어보더니 짧아진 말로 자신의 추측이 의아한 지 말을 멈춘다.

"선생이요."

"아!"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마무리할 때라 다행이다. 잠시 어색하다.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나가며 

"담에 봬여어" 신발에 발뒤꿈치를 다 넣기도 전에 황급히 문을 닫는다.

문이 조급하게 닫힌다. 전실문을 닫으며 신발장 거울 앞에 서 본다.

머리가 과한가? 머리에 대한 사람들의 말 붙이기가 많은 걸 보면 그게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길을 가다가도 낯선 이에게도 질문을 받아본 게 한두 번이 아닌 걸 보면. 


"그 머리 어디에서 하셨어요?"

"혹시 실례지만 그 앞머리 가발이신가요?"

"어쩜 머리가 그렇게 어울리세요?"

"헤어스타일이 진짜 잘 어울려요."

"그런 스타일해보고는 싶은데 아무나 안 어울리지"

"여전히 헤어스타일 그대로시네요."


여하튼 그녀가 던진 질문,

"어디 일 다니세요?"

 질문이 갖는 뉴앙스 덕에 헤어스타일도 아이라인도 다시 한번 들여다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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