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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Jan 14. 2024

교집합

운명의 세 여자


그들 세 여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여 있다. 그들의 운명에는 몇 개의 교집합이 있는데 우선 모두 외동딸들이다. 남자형제들은 있지만 자매가 없이 자란 공통점은 그들의 교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또 하나는 모두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탓에 가장노릇을 해야 하는 처지이다. 크기나 횟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생의 큰 고비마다 짐짝처럼 무거운 삶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게다가 가사노동은 당연히 여자의 몫이라 여겨지던 세대라 집과 일터를 반복해서 출근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의 안부는 자신의 인생보다 더 나아질 아이들의 소식과 일이 주는 성취감이나 해방감으로 이어진다. 아이들 이야기에 잠깐 머물다가 반드시 배우자들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들 각각의 배우자는 여자들의 연결 고리다. 가족이란 인연을 만들어 준 배우자들! 원망의 감정으로 배우자의 뒷담화를 하는 동안 한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듣기 거북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서로가 비슷한 처지라 주화자가 바뀔 뿐 역할 놀이를 하는 듯하다. 배우자를 원망하느라 긴 시간을 할애하며 떠드는 사이 가슴의 응어리는 조금 풀리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이 계절마다 만나 수다를 하는 동안 응어리가 풀어진다는 것은 착각이다. 


짝의 허물을 도마에 올리고 난도질하는 동안 위로와 공감 혹은 변명의 말들은 도마 위에서 춤춘다.  그러나 그들이 위로와 해방감을 맛보는 것은 그 시간이 아니다. 해방감은 미소를 장착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안녕을 말하며 돌아서는 길에서 시작된다.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는 바로 그 순간, 그래도 원망하느라 놓친, 말하지 않은 또다른 자부심과 위안이 될만한 사실들을 저울질하기에 머릿속은 분주하다. 맘에 들지 않았던 상대들의 동감하는 추임새와 위로가 떠오르며 야속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해방감은 완성된다. 비로소 도마에 올렸던 남편들의 허물은 어는 순간 사라지고 그래도 견딜만한 그들의 장점들이 새순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제 일인양 생생히 살아났던 미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올케, 동서, 시누라는 관계의 저울질이 다시 시작되며 운명의 동질감보다 굳건한 내편 남자들이 마음속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 묘한 추의 저울질 기능은 고장나는 법이 없다. 남편을 내편으로 만드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세 여자의 결정적 교집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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