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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롱 Jan 14. 2024

이런 사람입니다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강은 건너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겉보기와 다를 수 있는 사람의 모습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 말인 것 같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 섣불리 재단하지 말라는 지혜가 담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겪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들이 있다. 뭘 잘 먹고, 어떤 노래를 즐겨 듣고, 무엇은 질색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꿈꾸며 행동으로 옮기는가로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둘 알고 있다.


그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에서 몇 가지 변곡점들은 나의 이런 판단의 단서가 된다.

그는 이름 대면 알만한 서울의 명문대학을 들어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었다. 사유는 간단했다. 앞으로 그 공대를 나와 취업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인생에서 '방학'이라는 학창 시절의 고유한 휴식시간이 사라질 것을 되짚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굳은 결심과 함께 대학을 자퇴하고 교대입학을 목적으로 다시 시험을 치른 사람이다.

던 그다.


그는 서예에 관심이 많다. 교대에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예를 시작하고 꾸준히 연마하여 자신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다소 파격적인 실험들을 진행했다. 그는 취미활동에 그치지 않고 전시회를 열며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유리 위 붓질이나 팝송가사의 알파벳을 쓰는 등 다양하고 색다른 그의 작품들은 그가 어떤 실험을 하고 싶어 하는지 호기심을 자아내며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던 그다.


십 년의 교직 생활 이후,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교직사회를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 작품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노라로 이해되었다. 그러던 그다.


깡마른 손가락 이곳저곳에 멋진 반지를 끼고 있는 그녀는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교수다. 어쩌다 독신으로 살고 있는 그녀가 남다르게 보이는 것은 월급의 대부분을 특별한 곳에 썼기 때문이다. 사치하지 않기에 혼자 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을 그녀의 월급은 모두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그녀에겐 특별한 여동생이 있다. 그 여동생은 가족의 어떤 지원도 없이 미국으로 홀로 건너가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신학이 처음 목적은 아니었으나 진로를 바꾼 신학공부를 통해 목사가 되었고 목회활동을 위해 아프리카로 건너갔다고 한다. 탄자니아 정부의 허가가 날 때까지 2년을 기다리며 현지 언어를 배우고 노력한 덕에 토지를 매입하고 학교를 짓기 시작했다. 그 둘은 아프리카에 번듯한 기숙학교를 만들어 공부열의를 가진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다. 이 두 여자의 행보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모든 사람을 겪어봐야 아는 것은 아니다.

때로 우리는 하나의 선택, 하나의 행동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지도를 자신의 선택으로 그려가는 사람. 옳은 것을 지향하고 그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많은 것을 내려놓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아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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