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계절의 일부
시절화(時節花) — 계절을 따라 피고 지는 마음의 기록.
올해 브랜딩을 시작했다.
‘계절의 감정을 담은 브랜드’,
‘감정이 피고 지는 기록’ 같은 문장을 적어두며
나는 나의 일, 나의 마음, 나의 방향을
하나의 언어로 묶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문장들이 멈췄다.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훨씬 고단했고,
몸은 늘 피로에 눌려 있었다.
밤마다 파스를 바르며
“조금만 더”를 반복하다가 몇 통째를 비워냈을 즈음,
나는 어느새 아무 글도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언젠간 관두고, 다시 시절화에 집중해야지.’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되뇌던 어느 날,
집에 일이 생겨 본가로 내려왔다.
그게 모든 계획의 변수가 됐다.
그렇게 나의 시절화는 멈췄다.
매일 한 줄이라도 써둘걸.
한 문장이라도 남겨둘걸.
후회가 자꾸 밀려왔다.
새로운 생각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갔지만,
손끝에서 단 한 줄도 세상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이곳에는 감나무도, 대추나무도,
그리고 작은 들꽃들도 많다.
눈만 돌리면 좋은 소재가 넘치는데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죄책감이 들었고,
“나 뭐하고 사나” 하는 자책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아마 쉬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일지도 모른다.
멈춤을 두려워하고,
조용한 시간을 낭비로 착각하는 사람.
‘시절화’라는 이름이,
결국 그런 나를 위한 말이었다.
꽃은 늘 피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계절에 따라 멈추고, 지고, 다시 자라는 존재니까.
그러니 지금의 나는
멈춘 게 아니라, 겨울을 맞이한 것뿐이다.
시절화의 운명은
늘 그랬듯, 다시 봄을 기다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한 문장이라도 써보자 라는 마음으로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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