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난 뒤, 마음에 남은 빛 한 조각

by 시절화

10월 한 달은, 이상하리만큼 비가 자주 내렸다.
단풍이 든 줄 알았던 나무들은 가까이서 보니 병이 들어 있었다.
올해 단풍을 볼 수 있긴 할까.


습하고 흐린 날이 이어질수록,
내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머리도, 생각도 눅눅하게 젖어갔다.


비 오는 창밖을 보며,
언제쯤 햇살이 나려나—
그저 그렇게 기다리며 하루를 흘려보냈다.


그러다 문득, 내 표정이 들켰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을 건넸다.
아무 일도 없는 척 급히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 어두운 마음을 넣어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날이 며칠 더 이어지자
나는 조금씩, 그 흐림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늘 맑기만 한 계절은 없다는 걸
조금 늦게서야 받아들였다.


어느 날 아침, 창문을 열자

비 냄새가 아닌 햇살 냄새가 났다.
따뜻하고 투명한 빛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괜히 마음이 느슨해졌다.
아무 일도 해결된 건 없었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이상하다.


그냥, 괜찮다는 말이 이렇게 어렵던 때가 있었을까.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오늘은 그저 그런 하루였다.
별일 없고, 별 감정도 없는 하루.
그렇게 집을 치웠다.
이상하게도, 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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