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자리

by 시절화

사람 마음이 같다고 해서, 같은 방향을 향하진 않는다.
누군가와 같은 마음을 나누는 일은 늘 어렵다.
알면서도 사람은 자꾸 기대를 건다.


내가 보고 싶은 면이 그 사람의 전부이길 바라며,
그 바람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감당하지 못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그럴 리 없다고 믿던 마음이 무너질 때,
우리는 대체로 조용히 얼어붙는다.


무섭고 외롭고, 쓸쓸하다.
다신 다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다짐조차 또다시 깨진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마음을 품어본다.
‘너도 나처럼 아프길 바란다’는 못된 생각.


사랑이든 우정이든, 진심이 닿았던 만큼 상처는 깊어진다.

그래서 미움은 그 깊이를 잴 수 있는 유일한 자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알게 된다.
상처는 크기보다 결의 문제라는 걸.


같은 말, 같은 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스민다는 걸.
그래서 완전히 단단해지는 순간은 없다.


다만, 다시 다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조용히 단단해질 뿐이다.


오늘도 괜히 마음 한켠이 시립다. 지나가는 풍경처럼 또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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