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제 사랑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너도 그랬을 것이다.
사랑을 제대로 한 건지, 아니면 그저 흉내만 낸 건지 알 수 없는 채로.
확실한 건 한 가지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
그 감정이 내 것인지, 너의 것인지도 흐릿해진다.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우리 마음속에도 서로 다른 모양의 금이 있었다.
닿을 수 없는 얼음처럼, 각자 품고 있는 빙하 아래로는
서로 단 한 번도 내려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너도, 나도
이 얄궂은 사랑을 그만 두자고 마음속에 조용히 접어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세한 기대가 남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다가
혼자 쓰는 일기장에 마음을 쏟아내고
또 찢어버리던 날들.
그런 마음이 너에게도 있었을까, 나에게만 있었던 걸까.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떠올리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그리워하는 일.
그 감정도 결국 둘 중 누구의 것인지 구분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바람은 남는다.
다음 사랑은 누구에게든 조금 더 온전하기를.
누구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기를.
사랑이 무엇인지 늦게라도 알아차리는 날이 오기를.
답답한 마음을 아무 데나 쏟아버리지 않고
기댈 수 있는 사람 곁에서 천천히 녹아내리기를.
그 바람이 너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