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무심히 밟고 지나가는 보도블록들.
단단한 기초를 다지고, 수많은 공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평평한 길을 이룬다.
그렇게 그것들은 침묵하며 우리의 일상이 된다.
하지만 가끔 발밑을 들여다보면,
견고해 보이던 틈 사이로 하나둘 조각난 것들이 보인다.
언제부터 금이 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무게를 견디다 못해 제 몸을 쪼개버린 파편들.
그것은 꼭 우리 삶 속에 박힌 기억의 파편 같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각난 바닥 하나를 꺼내어 보수작업을 하려 들면,
결국 그 주위를 둘러싼 멀쩡한 블록들까지 다 들어내야만 한다.
상처 하나를 도려내기 위해
그 상처를 지탱하고 있던 평온한 일상 전체를 헤집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상처는 그토록 이기적이다.
자기 혼자만 빠져나와 주지 않는다.
하나의 아픈 기억을 수선하기 위해
우리는 주변의 단단했던 마음들까지 흔들어야 하고,
깊게 박힌 뿌리를 들어내며 흙먼지를 뒤집어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깨진 바닥을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친다.
전부를 들어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시 평평해지기까지 감당해야 할 소란이 두려워서.
오늘도 나는 발끝에 걸리는 조각난 기억을 짐짓 외면하며,
금 간 일상 위를 조심조심 밟아 나간다.
들어내지 못한 상처들이 발밑에서 위태롭게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