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어느 '일부'를 사랑하고 있나요

가장 모를 때 사랑에 빠지고, 다 알게 될까 봐 겁이 나는 불확실한 관계

by 시절화

"나한테 사랑은 사치야. 지금은 일해야 할 때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경력 끊기는 거 원치 않아. 그냥 일이나 할래."


친구의 단호한 말에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그리고 덧붙였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사랑이 뭔지."


우리는 흔히 사랑에 빠지기는 쉽지만,

사랑을 '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우린 상대에 대해 가장 무지할 때 가장 쉽게 사랑에 빠진다.

낯선 이의 찰나 같은 단면, 그 일부만 보고 멋대로 환상을 덧칠한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관계라는 바다에 뛰어들고 만다.


확신은 어디에도 없다.

내가 당신의 파편을 사랑했듯, 당신도 나의 일부만 보고 사랑을 말할 텐데.

그 가면이 벗겨진 뒤에도 우리가 서로를 견뎌낼 수 있을지,

그 무엇도 확답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보다 일을 택하는 건,

사랑의 위대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사랑의 결과값'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은 정직하다.

내가 시간을 쏟고 열정을 갈아 넣으면,

비교적 명확한 인과관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진다. 적어도 노력한 만큼의 데이터는 남는다.


하지만 사랑은 어떤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런 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해보지 않았기에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없기에 안전한 '일' 뒤로 숨는다.


결국 나는 여전히 겁쟁이다.

나의 바닥을 보이고도 사랑받을 확신이 없어서,

그리고 상대의 바닥을 보고도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우리는 사랑을 몰라서 사랑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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