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튤립
이맘때쯤이면 항상 겹튤립을 샀다.
튤립 자체의 매력도 좋지만,
수많은 꽃잎을 겹겹이 품고 있는 그 풍성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이번에 데려온 겹튤립은 진한 분홍빛을 띠다가
잎의 끝으로 갈수록 연분홍빛으로 은은하게 번진다.
시간이 흐르면 꽃잎은 한 겹씩 열린다.
'영원한 사랑'과 '희망'을 뜻하는
이 꽃은,
속을 다 내어주지 않기에 그런 이름을 얻은 걸까.
풍성한 겉모습으로 영원을 약속하고,
안으로는 한 잎 한 잎의 진심을 기꺼이 지켜낸다.
누군가에겐 '희망'으로 보이는 것이,
누군가에겐 '지독한 노력'으로 읽힌다.
손바닥 뒤집듯 한 끗 차이인 그 마음들.
한 겹을 들추면 숨어있는 모습이 궁금하고,
또 한 겹을 들추어내면 전혀 다른 마음이 들어앉아 있다.
대체 몇 번을 더 들춰내야 맨 얼굴에 닿을 수 있을까.
영원한 사랑이란
결국 수만 번의 흔들림을 겹겹이 쌓아 올린 결과물일까.
촘촘한 꽃잎 사이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역설적으로 화려한 이 겹들을,
이제는 누군가에게 닿도록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우연이 그저 우연으로 끝나지 않도록.
나는 꽃잎 가장 깊숙한 틈 사이에,
부치지 못한 고백 하나를 가만히 끼워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