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녀 난자 동결
37살 미혼 여성이다.
20대 때 만해도 이때까지 결혼을 안 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30살 즈음에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을 거라고 계획했던 나이이다. 하지만 뭐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니까.
나는 아직 미혼이고 난자 동결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다행히 시대가 좋아져서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디냐.
아직 확실히 하겠다고 결정하진 못했지만 현재 난소 상태가 어떤지 한번 검사나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봤다. 가톨릭 병원은 금지되어있는 시술이라 주치의가 강남차병원으로 협진의뢰를 넣어줘서 바로 예약하고 다음날 진료.
협진센터에서 연결해주는 분이 정해져 있는 거 같은데 찾아보니 가톨릭 병원 출신 교수님이라 이분으로 연결해주는 듯하다. 너무 급작스럽게 오게 돼서 마음의 준비가 안됐지만 전날 급히 검색 좀 해보고 궁금한 것들을 정리해서 적어갔다.
1. 한번 난자 채취할 때 보통 몇 개나 되는지?
그건 사람마다 달라서 말할 수가 없단다. 일단 현재 난소 상태를 알아보는 피검사와 초음파 결과를 보고 예측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예측일 뿐. 결론은 해봐야 안다.
2. 많이 아픈지?
수면마취를 해서 시술 시는 아프지 않을 거지만 출혈이 좀 있을 수 있고 통증은 하루정도 간단다. 이건 해보면 더 디테일하게 알 수 있겠지. 요즘 TV 드라마에서 이거 하고 엄청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와서 좀 무섭다.
3. 채취 방법은?
호르몬 주사를 10일 정도 스스로 놓고 약 먹고 하면서 인공적으로 한 번에 난포를 여러 개 만들어서 그걸 채취하는 건데 질초음파 하는 것처럼 하고 거기에 바늘을 같이 넣어서 뽑는단다.
4. 보관기간은? 냉동보관 오래 할수록 난자 상태가 나빠지진 않는지?
요즘 냉동 기술이 좋아져서 보관 기간은 관계가 없고 평생 보관 가능하단다. 난자 질은 보관기간이 아니라 채취 시 난자의 질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채취하는 게 좋단다.
5. 비용/ 국가지원 여부
일단 건강보험도 안돼서 전부 비급여로 내가 다 내야 한다. 나라에서 아기 낳으라고 지원하는 것도 미혼은 못 받는단다. 아니 아기 낳으라고 국가가 지원한다면서 미혼이 먼저 나중에 아기 낳기 위해 냉동하겠다는데 이것도 지원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아무튼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미혼 난자 동결 시술 1회 예상 비용
채취비용 350만 원
냉동보관비용(5년) 100만 원
기타 시술을 위한 검사 100만 원 (보통 병원에서 할 때는 건강보험 적용되었던 것들이 모두 비급여로 됨)
대략적인 비용 상담 금액이고 총 550만 원이다.
이건 한번 시술하는데 드는 비용이고, 보통 냉동난자가 나중에 쓸모가 있으려면 10개는 해놔야 해서 한번 채취할 때 숫자가 적으면 여러 번 할 수도 있단다.
일단 오늘은 피검사만 해놓고 귀가.
피검사는 생리 2-3일 차에 해야 하고 초음파는 생리 끝나고 해야 한단다. 초음파 검사하러 다음 주에 또 병원에 가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휴가 못써서 많이 남아있는데 지금이 딱 하기 좋은 시기인 거 같기도 하다.
갈 때까지만 해도 이걸 해야 하나 싶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걸 해놓는 게 내 맘에 더 편할 거 같기도 하고.
50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나중에 아기를 갖고 싶을 때 안 해놓은걸 후회하게 될 수도 있을까 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지?.. 37살을 기준으로 난소 기능이 확 떨어진단다... 더 늦어지면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