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그리고 당신 중 <사랑>
아직도 그곳에 가면,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가 좋아하던 작은 골목의 조용한 카페, 햇살이 살짝 스며드는 창가 자리, 창밖을 보며 차를 마시던 그녀의 옆모습. 그곳은 그녀에게 익숙한 장소였고 나에게는 낯설고 조용한 비밀의 공간이었다.
나는 그 공간에서 그녀의 일상 속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가 웃으며 손을 흔들던 그 순간 그 낯선 공간은 단숨에 내 마음속 가장 따뜻한 장소가 되었다.
그날의 조명, 그날의 온도,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랐지만 무언가 닮아 있었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 익숙한 노래 취향, 같은 시간대에 공감했던 감정들.
사랑은 참 이상했다. 언어를 배운 적도 없었는데 그녀의 말은 이상하게 잘 들렸다.
무언의 표정 속에서 마음을 읽게 되었고 짧은 말 한마디에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나의 말 없는 미소에 웃었고 나는 그녀의 웃는 눈에 안심했다. 언어의 벽을 넘는 건 서로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면 충분했다.
사랑이란 건 같은 것을 좋아하게 되는 힘이 있다. 그녀가 먼저 좋아하던 장소를 나도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가 들려준 노래는 어느새 내 플레이리스트 즐겨찾기에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닮아갔고 닮아가는 게 어쩐지 행복했다.
그 시간들은 지나고 보니 꿈처럼 아득하다. 우리 둘이 함께 했던 짧지만 깊은 계절.
아무 일도 없던 평범한 하루가 그녀와 함께였기에 온통 특별해졌던 순간들.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두 잔의 커피, 익숙하지 않은 음악, 하지만 어쩐지 편안했던 그 분위기.
처음이었지만,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마주 앉은 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녀와 나의 첫 만남,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이 아직은 어색했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