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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May 27. 2022

워킹맘은 언제 공부하세요?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

사람들은 언제 공부하느냐고 많이 물어본다.


평소에 공부를 할 때는 방송 강의를 집안 여기저기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듣고 본다. 우리 아기는 동요보다 교수님들 강의를 더 많이 듣는다. 시험공부를 할 때는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아이를 업어주며, 버스를 타며, 길을 걸으며 요점 정리한 문장을 외웠다. 학생 때와 달리 외워도 잊어버리고,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놓은 이유조차도 잊어버렸다. 반복 밖에 답은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교과서를 보고 우선 요점정리를 한 뒤 핸드폰에 음성 녹음을 했다. 설거지를 하거나 아이와 놀 때 녹음된 파일을 틀어 놓았다. 효과는 일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내레이션 연습도 되고, 공부도 되고 일석이조였다.


예전에 둘째가 갓난아기일 때 일본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문구점에 가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수첩을 샀다. 6cm가 조금 못 되는 정사각형 모양이었다. 그 작은 수첩에 일본어 단어를 써서 한 두 개씩 외우기 시작했다. 단어를 적어 놓은 수첩도 여러 번 잃어버렸다. 그래서 작은 수첩을 10개나 샀다. 단어를 적어 놓은 그 수첩을 이 옷, 저 옷, 이 가방, 저 가방에 넣었다. 단 1분이라도 시간이 나서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으면 그 수첩이 나올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해서 둘째 아이가 돌쯤 되던 때에 일본어 능력시험 3급을 취득했다. 그때는 일본어 능력시험은 1년에 1번 시험이 있다. 나 스스로 대견했고,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 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똑같은 방법으로 다시 공부를 했다. 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또 그렇게 1년이 흘러서 일본어 능력시험 2급 시험에 도전, 합격했다. 대학 때 친구들이 휴학해서 학원을 다니면서 취득하던 것을 7살, 3살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가 독학으로 해 낸 것이다. 일본어 능력시험 2급으로 당장 취직이 되는 것은 아니지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 하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매일 만나는 아줌마들과의 이야기는 남편, 아이들 교육, 시댁 이야기이다. 물론 이런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스트레스가 뻥 뚫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가끔이다, 레퍼토리는 늘 같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면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다. 취재를 나가면 방송에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 나누고, 복지관에 가면 지역사회 아동에 대한 이야기, 자원봉사를 하면 나눔에 대한 이야기, 미술관 도슨트를 할 땐 미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독서지도사로 사람들을 만나면 또 다른 대화를 나눈다. 함께 있어 편안한 사람 하고만 지내다 보면 내 실력은 늘지 않는다. 나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단련시키는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멋있는 사람 주위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는가는 내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일이다.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고, 작은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 오전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동네 엄마들과 복지관에서 하는 어머니 독서지도 학교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독서동아리에 가입했다. 그 동아리는 지역사회 아동들을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나도 저소득층 공부방, 지역아동센터에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이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을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준비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에 더 흥미를 가질까? 고민하면서 독서계획안을 짜고 아이들과의 수업을 준비한다.


내가 처음 독서지도를 맡은 아이들을 초등학교 1학년들. 저학년들이라 독후활동으로 특히 북아트 수업을 좋아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더 전문적으로 북아트를 배우고 싶었다. 평생학습관에 북아트 자격증 대비반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바로 등록을 하였다. 열심히 배워 자격증까지 얻게 되었다.


여름방학 · 겨울 방학이 되면 독서캠프를 열었다.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무더운 여름, 쌩쌩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에 아이들은 책과 더욱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1학년, 2학년, 3~4학년으로 학년을 나뉘어서 진행되어 아이들 수준에 적합한 독서지도가 이루어진다. 학년별로 한 반에 20여 명의 아이들이 신청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좋았다.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으로 선정이 되는 해에는 아이들에게 수업 후 간식이나 책을 선물로 줄 수 있어 기쁨이 더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교육을 받은 뒤 독서지도와 북아트로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 강사 재능기부도 하였다. 육아 정보 지원 센터에서 북아트 강의도 했다.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에서의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헬리콥터 맘이 아니라 조력자가 되고 싶다. 또 나는 세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도 크고 싶다.


아이가 한자 7급을 시험을 치면 나는 3급을 친다. 같이 공부하고, 같이 고사장에 간다. 시험이 끝나면 나는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고, 아이들은 음료수를 마시며 함께 뒤풀이들 즐기면서 늘 같이 하려고 한다.


책으로 배운 이론이 아니라 내 경험치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이가 수영을 배울 때 배영을 하는데 벽에 붙어서 가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왜 일자로 못 가고 저렇게 수영을 하지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수영을 배우게 되었을 때 수영 초보자는 배영을 배울 때 다 벽에 붙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책대로 자라지 않는다. 많은 육아 책에 적힌 것처럼 그때 그때 발달상황도 맞지 않는다. 물론 더 빠르면 상관이 없지만 혹여 늦으면 초보 엄마는 불안하다. 걸을 시기인데 아기가 걷지 않는다. 큰 걱정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운다. 이미 둘 을 키워 본 난 그러지 않는다. 느긋하게 때가 되면 아이들이 하는 것을 안다. 기저귀 떼는 것도 한글도 다 하더라는 것을. 미리부터 아기와 엄마 모두 스트레스받으며 아웅다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는 믿고 기다리면 된다.


“제가 딸이 셋인데, 이 아이들이 자랐을 때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여자가 일하기 편한 세상이 오길 바라요.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게 취직했는데,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없어지면 좋겠어요.”


라디오 방송이 끝나갈 즈음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정말 딸들이 자라서 일을 할 때는 내가 넘어온 임신, 출산, 육아의 3대 산맥을 조금은 더 수월하게 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아이들이다. 나는 세 아이와 함께 꿈꾸고 싶다.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늘 아이를 1순위에 두는 엄마는 아니다. 엄마 자신을 잃어버리고, 단지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정말 아이들이 원하는 엄마의 모습일까?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다양한 세상에 관심을 가진다. 내가 가진 역량 이상으로 행동을 하니 이전보다 더 큰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은 우연에 의하여 궤도 수정되는 것 같다. 주위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을 하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기회가 왔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기회는 차근차근 준비하면 우연을 가장해 갑자기 찾아온다. 행운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언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면서 대충 시간을 때우기보다는 기회가 올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척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언제든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매년 초가 되면 다이어리를 꺼내 자로 반듯하게 그어 칸을 만들어 플래너를 짠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어디에 시간을 가장 투자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빈둥거리다 버리는 시간이 참 많았다. 아기를 키우며 바쁘지만 하루 한 시간 정도는 내 의지대로 쓸 수 있다. 그 하루 한 시간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인생이 바뀐다. 하루 한 시간을 적립하면 다른 사람들이 24시간을 살 때 나는 25시간을 살 수 있다. 지금 보내는 시간과 노력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행복으로 마주칠 것이다. 가슴 설레는 일에 하루 한 시간만 투자해 공부하기로 했다.

시간을 멈추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없지만,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다.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정확히 알면 자신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게 된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어느 책에선가 교수님이 당신의 일주일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아 맞아!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3일은 일을 하고, 2일은 가족을 위해 쓰고, 2일은 나를 위해 쓴다. 

얼마나 멋진 삶인가?  


훗날 아이들이 커서 독립을 하면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각종 에세이와 칼럼을 쓰고 싶다. 지금까지 먹어 본 적 없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세계 명소를 누비며 많은 견문을 쌓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여러 일을 벌여 놓지만 의욕이 넘치고 흘러 내려서 처음에는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끝까지 그런 마음을 먹기 힘들어 마무리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꾸준히 해서 지금의 내가 있다. 매일 하루하루 한 페이지씩 내 인생을 적어 나가고 있다.


어떤 상황에 있든 항상 나의 꿈과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 행동하면 된다. 

미래를 위해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머지않아 거울 앞에서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열정 왕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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