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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Jun 06. 2022

興味(흥미)·재미·意味(의미)

三味가 가득한 어린이집

정원이는 밖에 나갔다 집에 들어와서 거실에서 신발을 신은 체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기겁을 한다. 나는 그냥 두라고 한다. 거실을 닦으면 될 걸 아이에게 야단을 치지 말라고 한다. 참 귀엽다.      

정원이는 노래로도 유명한 최진사 댁 셋째 딸이다. 첫째 아이와 셋째 아이인 정원이와 나이 차이는 11살, 둘째 아이와도 8살 차이다. 정원이가 백일 전까지 3시간마다 깨서 우는 것이 귀여웠다. 1분 1초도 틀리지 않고, 어떻게 딱 3시간마다 일어나서 먹을까? 발을 하늘로 들고 바둥바둥 거리는 것도 귀엽다. 입을 삐죽거리며 우는 모습도 귀엽다. 작은 콧구멍에 하얀 코딱지가 있는 것도 귀엽다. 


엄마인 나만 정원이를 귀여워하는 것이 아니다. 정원이가 백일이 지나 목을 가눌 수 있게 되자 서로 자기가 안아주겠다고, 기저귀를 갈아주겠다고, 책을 읽어주겠다고, 피아노를 쳐 준다고, 유모차를 밀겠다고, 딸랑이를 흔들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으며 큰 아이들의 실랑이는 시작됐다. 


언니들이 학교에 갔다 오면 방실방실 입을 크게 벌리고 웃기만 하던 정원이가 돌이 지나자 방에서 놀다가도 벨소리가 나면 “언니“ 소리치며 달려 나와서 손을 흔들며 반긴다.


한창 말을 배우는 시기라서 모방도 잘한다. 이름을 부르면 “네. 해야지”하면  “네.”, TV 속 광고를 보고 ‘빨래 끝! “, TV 프로그램을 보며 짧은 머리카락을 쥐고 “나 화났어.”, 짧은 팔로 “사랑해”, 그런 모습이 귀엽다고 언니들은 깔깔 거리며 웃는다. 그럼 정원이도 기분이 좋은지 박수를 친다. 기저귀 때문에 불룩 나온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달리는 것도 너무 귀엽다. 언니들이 항상 양보해 주고 보살펴 준다.      


이런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에 간다. 33개월 인생을 왕처럼 살다가 이제는 규칙을 지켜야 하고, 친구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 아마 엄청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 어린이집이다. 만 2세가 된 이 아이는 첫 사회생활을 위해 발걸음을 한 발짝 내디뎠다.


'과연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셋째라서 눈치가 빨라 잘할 거야.'


아이에 따라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두 아이를 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늦둥이 엄마인 나는 이런 걱정, 저런 걱정으로 몇 날 며칠 밤을 뒤척거렸다.

토끼반 최정원은 매일 아침 자기가 좋아하는 토끼 베개를 품에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애착 물건을 가져와도 된다고 하여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엄마 껌딱지였던 이 아이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겼다.

바로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일! 

엄마와의 분리가 참 힘들다.

"엄마 일 갔다가 나중에 데리러 올게."

"응."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어 놓고선 엄마가 뒤돌아서서 가면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한다. 이 아이는 목소리가 우렁차서 저 멀리 복도까지 우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무서운 듯, 숨이 넘어갈 듯, 우는 아이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엄마의 마음도 아프다.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꼭 보내야 하나?' 

자책하면서 어린이집 근처를 맴돌다가 창문 너머로 아이를 몰래 쳐다본 적도 있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정원이는 적응기간을 느긋하게 잡았다. 엄마와 천천히 떨어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서 기다려 주었다.


정원이는 재미있는 놀잇감이 많아 처음 어린이집에 興味(흥미)를 가지고 좋아했다. 플라스틱 미끄럼틀이 아니라 원목 미끄럼틀이라 나도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어 신기하고 재밌어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려는 선생님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고마웠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었다. 나는 아이의 낮잠이불과 베개를 새것으로 준비하지 않았다. 일부러 쓰던 이불과 베개를 챙겼다. 아이가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엄마와 떨어져서 잠을 잔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다행스럽게도 낮잠을 잘 잤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걱정이 생겼다. 배가 고프면 스스로 먹을 것을 챙기며 잘 먹던 아이가 먹는 양이 많이 줄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음식물을 거부하는 것일까? 조금 걱정이 됐지만 곧 잘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엄마가 불안 해 하면 아이는 그 감정을 금방 알아챈다. 아이와 어린이집을 믿기로 했다.      


아이와 같은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그 눈빛이 엄마인 나는 어린이집의 가장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이 따뜻한 손길로 품에 안아주면 울던 아이는 울음을 그친다.


정원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느린 편이다. 다른 친구들은 재밌게 놀고 정리를 하는 분위기인데 이 아이는 그제야 흥이 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아이의 기질을 미리 알아채고, 이해하며 즐기게 해 준다.     


“이것 먹을래요?”

“맛있어요?”

요즘 한창 소꿉놀이를 많이 한다. 


처음에 어린이집을 갈 때는 단어만 말할 수 있었던 정원이가 1년 사이 폭발적인 언어성장이 이루어졌다.


“우린 친구잖아. 사이좋게 지내야지.” 

“내가 갖다 줄까요?”

“안녕히 계셔요.”

“아휴, 알았어, 알았어.”

“엄마, 자고 일어나서 나 어디 가야 해요?”

“나는 내일 아빠 차 타고, 엄마랑 같이 어린이집에 갈 거예요.” 


정원이는 참새처럼 쉴 새 없이 쫑알쫑알거린다. 게다가 이제는 TV 속 캐릭터 주제가까지 외워서 부른다. 집에서 따로 기저귀 떼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 색깔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동물의 이름도, 동요도 가르쳐 준 적이 없다. 그런데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차례를 기다릴 줄 안다. 다른 사람에게 양보도 할 줄 안다. 단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을 한 것이다.      


예전에는 길을 잃으면 무작정 기다렸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오늘날은 내비게이션이 도착 예정시간은 물론이고, 가장 빠른 길을 알려 준다. 인공지능을 통한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정해놓은 규범의 틀에 가두지 않는다.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이런 것들이 요즘 핫이슈로 떠오르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상인 창의력,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기르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이름이 뭐야?”

내가 묻는다.


“난 엄마 예뻐 공주 최정원이야.”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아이가 자랄 수 있게 해 준 어린이집이 고맙다.      


모든 아이는 각기 다른 종류의 꽃이고, 그 아이들이 모두 함께 이 세상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정원이와 친구들이 웃으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1년을 어린이집에서 보냈다. 興味(흥미)와 재미 그리고 意味(의미)까지, 三味(삼미)를 가진 어린이집에서 올 한 해도 우리 정원이는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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