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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Jun 01. 2022

9년만의 자유시간 즐기기

힘께 읽고 함께 즐겨요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 나는 아름다운 5월의 신부였다. 

그 후 8~9년을 전업주부로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게 되었다. 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작은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 오전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9년 만의 자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동네 엄마들과 복지관에서 하는 어머니 독서지도 학교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독서동아리에 가입했다. 책으로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동아리다. 이 동아리는 지역사회 아동들을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나도 저소득층 공부방, 지역아동센터에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이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을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준비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에 더 흥미를 가질까? 고민하면서 독서계획안을 짜고 아이들과의 수업을 준비한다. 


내가 처음 독서지도를 맡은 아이들을 초등학교 1학년들. 

저학년들이라 독후활동으로 특히 북아트 수업을 좋아했다. 


가끔은 과자파티를 하고 장기자랑시간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이들 넷이서 춤을 추던 것이다. 

동영상으로 찍어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자기네들끼리 까르르까르르~ 

천사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름방학․겨울 방학이 되면 독서캠프를 열었다.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무더운 여름, 쌩쌩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부 겨울에 아이들은 책과 더욱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1학년, 2학년, 3~4학년으로 학년을 나뉘어서 진행되어 아이들 수준에 적합한 독서지도가 이루어진다. 학년별로 한 반에 20여 명의 아이들이 신청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좋았다.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으로 선정이 되는 해에는 아이들에게 수업 후 간식이나 책을 선물로 줄 수 있어 기쁨이 더했다. 


나누고 꿈 더하면 마음의 행복은 곱이 된다는 말이 있다.


1년에 한 번, 우리 마을 북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책에 관심 있는 주민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참가비는 무료이며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 준비해서 행사장으로 오면 된다.


특히 아동 책 벼룩시장에 매년 갈수록 성황리에 열린다. 형제나 친구들과 함께 벼룩시장에 참여해 추억도 쌓는다. 집에 보지 않고 쌓여 있는 책들을 가지고 나와 교환을 할 수 도 있다. 책 벼룩시장 종료 후 판매 총 수익금 중 10%를 기부하고, 나눔 CEO상을 받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뿌듯해한다. 


여러 가지 종류의 종이를 접은 후 나만의 이야기 보드를 만들기, 나만의 아바타 가면 꾸미기, 재활용품을 활용한 연필꽂이 만들기, 엄마 선생님이 읽어주는 시와 그림책, 도서 풀장에서 자유롭게 책 읽기, 그림책 원화 전시, 더위를 식혀 줄 아이스음료, 아이스크림 판매, 허기진 배를 채워줄 든든한 쿠키와 머핀까지, 축제를 더욱 즐겁게 해 주는 페이스페인팅과 네일아트 코너까지. 


이 날은 아이들에게 동네 전체가 독서 놀이터가 되는 하루다.


이러는 동안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작은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다. 아이 친구들을 모아 독서논술 수업을 무료로 시작했다. 재미있게 수업을 잘한다고 아파트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 후 몇 개 그룹 수업을 진행하였다. 


처음 시작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이 분야에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점점 더 쉬워진다. 일 자체가 쉬워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을 처리하는 나의 능력이 그만큼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셋째가 나에게 선물로 찾아오게 되면서 독서지도 활동의 무대가 바뀌게 되었다. 임신을 하고 계속 독서지도 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셋째를 낳고는 어린 아기를 데리고 밖에서 독서지도 활동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가족 독서를 생각해냈다.


가족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아이가 크면 가족 간의 대화는 점점 더 없어지게 된다. 특히 한 가지 주제로 가족과 이야기 나누기는 어렵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가족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유대감․친밀감이 높아진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독서교육이라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며 서로 이야기 나누고 공감·소통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매주 토요일 저녁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아이들이 하고 있는 생각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구청에서 매년 열리는 독서동아리 발표회에 참가한다. 정해진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한 전시작품과 발표를 하는 독서동아리 축제다. 가족 독서동아리로 올해 3년째 참가 중이다. 앞으로 7년 뒤, 10년 되는 그해에 그동안 우리 가족이 했던 독후활동들을 모아 전시회를 가져 볼 생각이다. 


앞으로 가족 독서를 원하는 가족들에게 운영이나 토론방식 등을 가르쳐 주는 가족 독서동아리 멘토가 되고 싶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즐기는 곳.

상상만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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