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하나의 세레나데
행복이 배 위에 올라왔다. 뱃속에 있었는데 배 밖으로 나오더니 요즘에는 배 위로 올라탔다.
배 위에 올라탄 행복은 점점 그 무게가 무거워진다. 처음엔 3.1kg으로 감히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작았는데 이제 5kg를 넘본다.
이 작은 행복은 배 위에서 주로 잠을 자는데, 먹거나 싸기도 한다. 잠시 녀석을 다른 곳에 둘라고 하면 10초도 지나지 않아 으앵하고 울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많은 시간을 배 위에 행복을 올려놓고 지낸다.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이 녀석이 뱃속에 있을 때도 행복이 뭔지는 알았다. 그때까지 행복은 추상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실체다. 행복이 문자 그대로 눈 앞에 있다.
이전까지 나의 행복은 주로 성취에서 발생했다. 대학 입학, 좋은 성적표, 원하는 곳에 취업, 회사의 성과 등. 가시적이고도 정량적인 것들이 내게는 행복이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30대가 된 두 번째 달에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고 새로운 차원의 행복이 시작됐다. 그 행복은 사랑이라는 더 큰 범주에서 비롯됐다.
사랑으로 인해 아프기도 힘들기도 희생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사랑이 있으니까.
그런 행복이 하나의 생명으로 거듭나 우리에게 왔다. 이 아이는 사랑이자 행복이다. 성장을 해가며 이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다양한 감정들이 생겨나겠지만 존재 자체는 행복이다. 남편과 나의 사랑이 행복으로 응축되어 태어난 셈이다.
배 위로 올라온 행복 때문에 매일 허리와 등이 끊어질 듯 아프고 팔다리 손목 관절도 시큰시큰하다. 산후조리는 포기한 지 오래다. 하지만 그 고통과 행복은 별개인 거 같다. 고통이 커진다고 행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행복은 행복대로 계속 커져간다.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는 여길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행복이 너무 커져서 배 밖으로 나간 것이지 사라진 게 아니다.
침대 밖으로 삐져나온 너의 발을 보며 내 행복은 오늘도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