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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사 Feb 04. 2020

나는 시급 277원짜리 엄마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양육수당이 매달 20만 원씩 들어온다. 정부에서 애 잘 보라고 주는 돈이다. 이 돈을 갖고 어떤 이들은 아기 이름의 적금을 들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정말 양육하는 데에 쓴다. 그냥 생활비로 쓰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어쨌든 정부에서 주는 명목은 아이를 키우라는 거다. 이걸 일급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양육하는 수고비가 6천666원 정도란 얘기.


엄마라는 노동은 출퇴근도 따로 없다. 행여 아기가 밤에 잘 자지도 않는다면 24시간 노동인 셈이다. 내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 아기는 참 순하고 착하지만 밤에는 꼭 2-3시간에 한 번씩 깬다. 밥 달라고, 쪽쪽이 물려달라고, 일어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때마다 엄마는 가서 젖을 주거나 하는 등 아기의 니즈를 채워줘야 한다. 놀아달라고 일어나면 대환장이다. 새벽에 1-2시간씩 애와 같이 일어나있어야 한다.


여하튼 그래서 24시간 근무하는 나의 시급은 277원이다. 앓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애 한번 24시간 일주일 내내 봐보시라.


애 키우는 게 이렇게 값싼 노동인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해서 이렇게 후려치기 당하는 건가? 결국 이 아기가 자라면 국민이 되고 나라의 인력이 되는 건데 양육이란 노동의 가치는 너무 저평가된 거 아닌가.


그리고 그나마도 이제 어린이집에 보내면 못 받는다. 양육수당 말이다. 엄마는 무임금 양육 노동자가 된다. '모성'으로 키워라, 너는 사랑이 없는 거냐,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이딴 소리하는 사람이 설마 아직도 있을까? 있다면 한마디 꼭 해줘야지. '응 너도 시급 277원 줄게 대신 키워주라.'


사랑하니까, 내 애니까, 애 키우려고 휴직했으니까 그냥 키우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집 선생님들, 입주 시터 하시는 분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참으로 존경합니다. 양육이야 말로 가장 고되고 가장 가치 있는 노동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 밤도 이렇게 울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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