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Aug 10. 2022

작은 집에서 팔다리를 휘둘러야 할 때

작은 집에서도 가끔씩 변화가 필요해요

작은 집 이야기의 이 사진이 그 사진 같고 저 사진도 그 사진 같다. 같은 사진을 사용할 때도 있지만 다른 사진인 경우 많다. 화분이 있고 없고, 커피머신 앞의 컵이 다르고, 테이블 상판 밑에 물티슈인지 티슈인지의 차이로 다른 날임을 안다. 주방 세제 양의 차이로 파악한 날은 나도 웃겼다. 한정된 작은 공간에서 최대한 집을 넓게 사용하려고 1cm까지 계산해 배치해 놓은 가구와 가전들은 마치 빌트인 제품 같다.


 이사 오기 전에는 툭하면 가구 배치를 바꿨다. 넓은 공간에서 사소하게 가구의 방향을 틀어보기도 하고 방에 있던 큰 가구를 거실로 빼거나 반대로 하는 작업도 했다. 가구만 옮겨도 기분이 상쾌해지고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이사를 통해 새 공간을 만났을 때 설레는 그 기분을 공간을 새로 배치하며 맛보는 셈이었다.


 작은 집에 와서도 이내 변화를 시도해 본다. 처음 주방 벽에 붙였던 조리대로 사용하는 수납장을 90도로 틀어 ㄷ자 부엌인 척했더니 아주 마음에 든다. 방의 책장은 처음에 벽면에 세웠다가 지금은 통창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 그래도 작은방에 붙박이장을 짜 넣으면서 맞은편에 책장까지 오니 너무 작다 했는데 책장을 창으로 붙이니 상당히 많은 공간이 확보됐다. 창문을 가려 아쉽다 했던 것은 오히려 겨울에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을 해 매우 만족스럽다. 


 하지만 나머지는 이사 초기 모습 그대로이다. 안방의 책상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본 적도 있고 거실의 테이블 방향을 돌려본 적도 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최선의 동선을 고려해 배치한 것들은 역시 원래 장소가 낫구나 하 금방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사이드 테이블만 자주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일도 하는 큰 테이블 위는 다음 사용을 위해 늘 깨끗하게 비워 놓기 때문에 그 옆에 사용하던 책이나 노트북 등을 올려놓고 충전소 역할을 하기에 딱이다. 손 닿기 편하면서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위치를 찾아다닌다.


 화면을 보고 팔다리를 휘두르며 하는 게임을 샀다. 거실 가운데 테이블이 있으니 양옆에 서서 해야 되는데 화면이 사선으로 보이니 테이블 앞으로 나가 하는 통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레비전 코 앞까지 간다. 몸을 크게 움직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게임을 하라며 중간중간 상냥한 안내까지 나오는데 어이쿠, 집이 작아 팔다리 휘두를 공간이 없네.


 마지막으로 가구 배치를 바꿔본 게 올봄이었을까? 뭔가 좀 변화를 주고 싶다 하던 참이라 테이블을 창가로 붙인다. 일전에도 해봤다 금방 꿨는데,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이번에는 의자 옆 공간을 더 떼서 앉기 더 쉽고, 사이드 테이블을 의자 뒤로 넣어 잡다한 것들을 갖다 놓고 쓰기 편하게 했다.


작은 집에서 보기 드문 넓은 벽과 넓은 바닥이 보이니 마음이 아주 개운하다. 신난다고 팔다리를 크게 휘두르며 오락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글을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루를 만족하며 지냈는데 다음 날에 의자 두 개 위치를 바꾼다. 아무래도 텔레비전 볼 때 등받이가 있어야 편하다. 의자 밑에 붙여 놓은 스티커 덕에 손쉽게 테이블 밑에 넣었다가 방향을 돌려 텔레비전을 보다 한다.


 창문을 바라보고 앉아 글을 쓰니 앞에 텔레비전이 보일 때와는 사뭇 다르게 신이 난다. 전망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남의 아파트가 주로 보이지만 그 사이로 그 아래위로 나무도, 하늘도 함께 보이니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가구를 이리 놓고 저리 놓아도 빈 벽과 빈 바닥을 이렇게나 넓게 가질 수 있는 나는 참 운이 좋다.

이전 19화 아주 쉽게 빨래 삶기-노동은 세탁기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