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 집에는 빨래 삶는 용도의 커다란 스테인리스 주전자가 있었다. 거기에 수건이나 속옷, 행주를 넣어 하이타이(가루세제라는 단어를 쓰기 전에 이미 하이타이라고 나왔다. 아 이럴 수가. 예전 일을 회상하면 나도 모르게 그때의 말들이 나온다)와 물을 넣고 팔팔 끓인다. 중간중간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수건을 방망이로 꾹꾹 눌러주는 재미가 있다. 어느 정도 식으면 빨래판 위에 올려놓고 빨래방망이로 팡팡 때리고 깨끗한 물에 헹구어 옥상 햇볕에 말렸다. 바짝 말라 걷어 낸 빨래는 정말 하얗게 변해 있었고, 세제 냄새인 것 같기도 하고햇볕 냄새인 것 같기도 한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얼굴을 닦으면 약간 까슬거릴 정도의 삶은 수건이 정말 좋았다.
지금 나는 매일 빨래를 하지만, 손빨래는 하지 않는다. 손빨래를 하면 허리가 아프다. 살림할 때 내 몸이 편한 것이 최우선이라 100% 세탁기를 이용한다. 세탁소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딱히 지저분한 것이 묻어서 빠는 것도 아니고 워낙 자주 세탁하니 대부분 쾌속 코스를 이용하는데, 수건은 아무래도 삶는 게 맛이다.
작은 집에는 물론 커다란 스테인리스 주전자는 없다. 둘 데도 없다. 빨래를 두드릴 다용도실도 없다. 하지만 우리 집의 수건은 어릴 때의 수건처럼 하얗고 보송거린다.
더 각잡아 세워서 찍으려다 그냥 찍었다
힘든 건 싫지만 희고 깨끗한 수건이 좋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세탁기를 이용한 아주 간단한 빨래 삶기 팁을 공개한다.
1. 세탁기에 삶을 빨래들을 넣는다(물론 흰색만 넣는다. 빨간색 잘못 넣으면 모두 분홍색이 된다)
2. 세제와 과탄산소다를 1:1 정도로 넣는다
3. 세탁기에 있는 삶음 코스, 혹은 고온 코스 등 90도 이상으로 세탁하는 코스로 돌린다
(이런 코스는 대부분 2시간 30분이 넘어간다)
4. 20분가량 돌린다
5. 세탁기를 멈춘다
6. 그대로 몇 시간 방치한다
7. 헹굼과 탈수 코스만 돌려 마무리한다
8. 깜짝 놀라게 하얀 빨래를 만난다
일주일 한번 정도면 팔팔 끓인 것과 같은 빨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세탁기를 돌리는 것 외에 나의 노동력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