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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y 18. 2023

소파를 들였다고 미니멀라이프와 멀어진 건 아닙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 사람이 된 분이다.

존재하지 않는 상대에게 진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다 현실과 타협한 듯하기도 .

 

 그런 심경을 써 내려가는 이 와중에도 그러나 엉덩이도 허리도 아니, 전신이 편하다.

 아 이를 어쩐다.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난다.


 이 작은 집에 소파를 들이고 말았다.

 그것도 3인용 소파를.  가로 너비가 자그마치 2m. 거실 벽면 너비와 딱히 차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빈 공간이 소중하다고 얼마나 외쳤는가. 

 테이블에 딸린 낮고 넓은 의자는 일반 의자보다는 편하지만 역시나 소파처럼 편치 않다. 그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빈 벽과 빈 바닥을 사수했고 작고 가벼운 의자를 돌려가며 작은 집에서도 이리저리 공간을 바꾸는 재미를 느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내 몸이 편한 것을 최우선으로 하니 선택은 바뀐다.

 간단한 수술이었는데도 그전과 후의 몸 상태는 많이 다르다.

 침대도 없는 작은 집에서 잠깐 누워 쉬고 싶을 때 붙박이장 안에 들어있는 이불을 꺼내 옮겨 깔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닥에 등을 대기까 무다. 집에 있어도 낮잠도 잘 자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나의 성격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눕기 힘든 시스템이 크게 한몫했던 것을 깨닫는다.

 앉아 쉴 곳은 오로지 의자뿐인데 그다지 오래 앉아 있지 않았는데도 통증이 시작되고 허리가 부서질 것만 같다. 


 고민은 한다.

 사는 건 쉽겠지만 거실 한가득을 차지할 것이며  버리려면 또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할까.

 조금 지나몸은 아지겠지만  그 기간을 버티며 서서히 망가질 내 몸보다 빈 벽이 소중할 리 만무하다며 부득부득 소파를 사는 결론을 낸다.

 작은 2인용 소파를 살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의 의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소파를 살 이유조차 없다.

게 소파를 사놓고 도착할 때까지 마나 기다렸던가.


 참으로 크고 무겁다.

 거실의 빈 벽의 크기는 훅 줄었다.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은 이 테이블 앞에서 보낸다.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실 때는 물론 일을 하고 글을 쓸 때도, 아이와 공부를 하고 보드게임을 할 때도,  노트북과 태블릿을 들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곳도 모두 이곳이다.


 지난번 의자도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소파는 확연히 편하다.  

 지나치게 푹신하지 않고 탄탄한 쿠션은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불편함이 없다. 등과 머리를 오롯이 기대는 것은 휴식을 위한 필수 건이었다. 글 쓰다 말고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옆으로 드러누워 잠깐 졸 때는 왜 내가 그동안 소파를 사지 않았던가 싶다. 


 소파를 들이면서 비우려고 했던 때가 탄 기존의 등받이 의 소파와 마주 보고 두고 앉으니 흐뭇하다.

 카페 다른 자리에 앉아서도 혹시나 일어나지 않을까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는 가장 편한 소파 자리를 작은 집에 구현했구나. 그러고 보니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등을 자력으로 세운 채 불편하게 앉아야 했다.

 그럼 가운데 벤치를 비울까 했더니   사용하니 하게 편하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발을 쭉 펴 올려둔 채 허벅지 위에 태블릿을 올려두고 글을 쓰니 이렇게 편안할 수 없다.


 미니멀 라이프라 그러더니 결국엔 가구 세 개를 좁은 거실에 다 끌어안고 몹시도 편하다며 신나 하며 지내고 있다.

 소파는 딱히 움직일 공간이 없지만 의자 두 개를 이리저리 편한 쪽으로 움직이며 언제나 내 몸이 가장 편안한 상태를 만든다.



 빈 공간은 줄었지만 작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이렇게나 혁혁하게 편안하게 만들었으니 소파를 들였다고 미니멀 라이프와 멀어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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