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계성미니멀 Sep 30. 2022

파우더룸 대신 붙박이장 한 칸

 그러고 보니 장을 시작 순간부터 화장대가 있었다. 엄마와 딸들이 복작거리며 출근 준 하기도 했다, 먼지 쌓이는 게 싫어 고른 뚜껑 나만의 화장대 10년을 넘게 썼다. 파우더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서도 다음 집에서 필요할지 모른다며 버리지 못했다.  파우더룸도 박이 화장대도  으니 주도면밀한 것으로 하자.


 20평 줄인 이사를 앞두고 화장대의 우선순위는 책상과 책장, 테이블, 의자한참 밀린다.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의자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랫동안 화장할 일이 딱히 다. 나이가 들면서 화장품 가짓수도 점점 줄고 어느 순간부터 색조는 색조화장라고 하기도 민망한 눈썹과 입술이 전부다. 맨얼굴로 나가면 어디 아프냐는 소리를 듣기에 최소한의 예의 선에서 화장한다. 러면서 화장대를 두 개나 끼고 있다니.


신기한 건 두 개로 늘었어도 빈칸 하나 없이 물건이 들어있었다는 거다. 늘어나는 종류별 마스크도 큰 칸을 오롯이 차지하고 있었고 화장품 들고 다니며 수정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파우치가 몇 개씩이나 었다. 그래도 혹시나 한 번은 풀메이크업이 필요하려나, 선물 받은 이건 뜯지도 않은 건데 하며 몇 년씩 가지고 있었다. 그대로 썼다가는 각종 피부 트러블에 시달렸을 것들. 지금 사용하지 않는 것들과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들, 넣을 공간이 없으니 모조리 비우고 화장대 하나를 처분한다. 하나에 모두 들어고도 자리가 남는다.

 파우더룸은 커녕 박스형 화장대조차 마땅히  없는 작은 집. 보일러 계량함을 개조해 확보한 붙박이장 왼쪽에는 스텐 냄비들과 조리도구, 컵, 텀블러들이 있다. 화장대에 있던 자질구레한 물건을 포함 큰 집의 붙박이장 칸칸이 들어있던 것들을 오른쪽 총 8칸의 붙박이장에 수납하고 평소에는 벽인 척 문을 닫둔다.  부도 아닌 일부가 나의 파우더룸이다. 아... 룸은 아니구나.


 높이와 각도를 딱 맞춰 손거울 하나를 세워둔다. 얼굴 보이는 거울 있으면 걸로 화장대인 거다. 옆의 분홍 상자 안에는 머리끈과 시계, 귀걸이가 들어있다. 다른 액세서리는 하지 않는다. 그나마 예민하기 짝이 없는 피부 에 금으로 된 귀걸이만 할 수 있다. 시나 도치 않게 미니멀다.


 사용하는 화장품은 붙박이장 한 칸에 다 들어간다. 분홍색 상자 안에는 긴 화장품을 넣은 작은 통 외에는 약과 밴드, 체온계 등이다. 화장품은 사실 반칸다. 건강한 피부였다면 기초는 스킨, 에센스, 수분크림 하나씩만 있으면 될 것 같다. 안타깝게도 여기저기 노화가 시작된 이 와중에 귀찮게시리 피부는 이 나이에도 유분이 많거나 먼지가 많으 가끔씩 뾰루지가 난다. 부 상태에 따라 쓰는 화장품 달라 아주 간소하지는 않다.

 

 아래칸에는 미용 기계와 구급상자가 있다. 시간을 들여 얼굴에 무언가 발랐다 씻어내거나 정성스레 문지르 노동이 필요한 것 사용하기에는 의지가 박약하다. 오로지 잠자리에 누워 뒤집어쓰기만 하면   단 한 개를 가지고 있다. 사용한 지 한 달 만에 '얼굴에 뭘 했길래 이렇게 광이 나냐'말을 들었다 후기에 거금을 들여 만했건만 몇 년째 아무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쓰잘데기 없 한결같 피부 같으니라고.


 아래 세 칸의 수납 상자는  팬트리룸에서 사용하던 통인데 높이 맞춰 붙박이장을 짰다. 제일 아래 통 반짇고리와 화장솜 등 위생용품이, 가운데 모든 건강보조식품과 먹는 약, 가장 위 헤어드라이어, 빗, 손톱깎이 등 아주 자잘하고 다양한, 그러나 꼭 필요한 것들이 몽땅 들어가 있다. 다 같이 에 나와 눈에 이면 지저분한 것들이다. 랍처럼 뽑아서 꺼내 쓰고 다시 넣는다.


 칸이 구분된 화장대는  안쪽수납을 하는데도 희한하게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생성되어 주기적으로 물티슈질을 해줬어야 했다. 장 내부 선반에 올려두고 수납 박스에 넣 지가 없어 청소할 필요 없고 꺼내 용하기 한결 편하다.


 파우더룸과 화장대 두 개가 사라졌지만 그닥 불편하지 않다. 벽장문을 열고 서서 잠깐 화장한다고 다리가 부러지는 것도 아니다. 저녁엔 스킨, 에센스 딱 두 개 바른다. 출근할 때는 어차피 커피 내리고 차리며 화장하니 심지어 동선은 더 효율적이다. 준비하는 시간도 더욱 단축됐다.


 내게는 붙박이장 한 칸면 충분하다.




이전 05화 계절별 옷장 정리가 필요 없는 쉽고 간단한 비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