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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Oct 21. 2022

계절별 옷장 정리가 필요 없는 쉽고 간단한 비법

미니멀 라이프 옷 정리 2탄

 작은 집으로 이사를 온 후에도 비우기는 이어진다. 더 이상 비울 것이 있을까 싶었는데, 있었다.

 최근에 옷 10벌 정도를 더 비웠다. 사회생활하려면 이 정도 옷은 있어야겠다 싶은 까지 옷을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은 없었나 보다. 더 줄여도 헐벗지 않고 잘만 입고 다닌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옷을 더 비운 건 아니다. 야식 덕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바람에 옷들이 작아진 것이 주원인이다. 딱 붙게 입지 않으니 상의는 버틸만 하는 힘들다.

 살이 찌면 바지 길이 짧아지는 거였다. 이 나이에 이렇게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다니. 계 몰랐어도 좋을 뻔했는데 말이다. 밑으로 내려가야 할 천들이 옆으로 간다. 아래로 다 내려가도 간당간당했던 길이인데 이렇게 사이좋게 나눠 입으니 발목이 휑하니 드러난다.

 약간 짤막한 바지를 즐겨 입기도 했으나 이제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으면 발랄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추워 보인다. 남 보기에 춥든 말든 뭔 상관이냐 하며 입고 나갔더니 발목이 시리다. 온몸을 휘감았는데 그만큼 맨살이 나다고 참으로 춥다.


  과감하게 비운다. 사계절 바지가 13벌이 되었다. 똑같은 옷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비슷하게 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질과 두께가 다르.

 신발과 계절별 잠옷을 포함한 총옷의 개수는 109가 됐다. 한동안 유행한 프로젝트처럼 가지고 있는 옷의  가짓수를 일부러 줄이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으나 이전 집 옷장의 20%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 옷을 수납해야 하니 의도치 않게 미니멀 라이프에 가까이 있게 됐다. 역시나 일관적으로 경계성 미니멀. 

 공간이 부족하다고 압축 백까지 이용해 철 지난 옷을 리빙박스에 보관했다가 계절이 바뀌면 하루 날 잡아 대대적으로 그 안의 옷을 꺼내고 밖의 옷을 다시 넣 옷장 정리는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집안일이 늘어나는 것은 단호하게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온 힘을 주어 양쪽으로 벌려야 겨우 옷을 꺼낼 수 있을 만큼 빼곡하게 옷이 걸려 폭신해야 할 패딩이 납작해 있는 것은 싫다. 한 올 한 올 잔 털이 살아 있어야 할 코트가 숨을 쉬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다림질이 귀찮아 잘 털어 말린 주름이 잘 가는 여름 셔츠가 구겨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옷의 개수를 줄여 사계절 옷을 다 꺼내 놓고 입고, 계절이 바뀐다고 따로 옷 정리가 필요 없는 참으로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사용한다.


 계절별 옷 정리 없이 그 계절에 맞는 옷을 바로바로 찾아 입을 수 있는 팁. 옷을 거는 방법에 있다.

 오늘 입은 , 세탁한 옷을 걸 때 제일 오른쪽에 건다. 내일도 역시 제일 오른쪽에 건다. 그게 끝다.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계절이 지난 옷들은 점점 왼쪽으로, 지금 입는 옷들은 차곡차곡 오른쪽으로 쌓인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는 가장 왼쪽에서 옷을 꺼내 입고 오른쪽에 걸게 된다. 날 잡아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계절별로 옷이 구분되고 철에 맞는 입을 옷을 찾기 위해 옷장 전체를 헤집을 필요 없이 양쪽 끝에서만 옷을 골라 입으면 된다.


 지금 한창 입는 약간 두꺼운 바지가 가장 오른쪽에, 그 왼쪽에 늦여과 초가을에 입었던 옷이 있으며 여름 바지는 왼쪽으로 많이 움직였다. 그리고 가장 왼쪽에 아직 입지 않은 한겨울 바지가 있다. 더 추워지면 이제 가장 왼쪽은 한여름 바지가 된다.

 만약 이 루틴 두세 번 반복된 와중에 늘 왼쪽 구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옷이 있다면, 그 옷은 계속해서 입지 않았다는 거다. 손이 안 가는 옷은 다 이유가 있다. '언제 안 입는 옷 한번 싹 정리해야 하는데'라는 마음의 짐을 가지고 무엇을 비울까 시간 내 발굴하지 말고 그 옷들을 비우면 된다.


 개수가 많은 상의와 아우터도 같은 방식으로 돌아간다. 옷걸이에 걸어두지 않고 서랍에 넣어 입는 옷들도 똑같이 정해진 한쪽으로만 넣으면 된다.


 옷장에 있던 옷들을 싹 다 꺼내서 다시 넣는 선행작업은 필요 없다. 시작은 옷 정리였으나 패션쇼로 빠지기 쉽다. 비울 옷을 솎아낸다고 시작했으나 이 옷과 함께 입을 다른 옷을 사야겠다는 결론을 내고 만다. 어지간한 의지로는 어려운 일이다. 바로 오늘부터,  지금 옷장 그 상태에서부터 하나씩 상의와 하의만 구분하며 오른쪽으로 걸기 시작하면 된다.


 늘 한쪽 끝으로 옷을 수납하는 한 가지 방법만으로도 '갑자기 추워졌는데 언제 옷 뒤집지?' 하는 고민도, 겨우 쉴 수 있는 주말 하루 반납하고 먼지 마셔 가며 옷 정리를 하는 공정도 필요 없다.


 집안일은 야속하게도 매일 업데이트된다. 계속해도 한 티는 나지 않지만 하지 않으면 그건 바로 티 난다.

 안 그래도 자가 증식하는 집안일, 어떻게든 줄여보자. 내 몸이 편한 게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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