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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pr 04. 2022

미니멀 라이프 책을 찾아 보나요

책을 보면서 물욕이 샘솟아도, 괜찮다

 남의 집 깨끗하게 정리된 사진을 보면 내 마음도 정돈된 것 마냥 좋고, 지나갈 수 없을 만큼 물건이 쌓여있는 집에 사람들이 투입돼서 트럭으로 갖다 버린 후 정리된 집을 보면 마치 내가 양치한 것 같이 개운하다. 이상해 보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러니 딱히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면서 '미니멀 라이프'가 화두에 오르고 정리정돈이 트렌드가 되고, 관련 다큐멘터리는 물론, 예능과 정리정돈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나오니 이것이야말로 취향 저격이라며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다. 서점에 가도 생활, 인테리어 을 기웃거리며 새로운 책이 나왔나 찾아고 책을 사도 꼭 그쪽을 산다. 진을 주로 보고 넘긴 책들도 있지만, 몇 번씩 정독한 책들도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10권가량의 책 중 5권이 관련 서적이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의 경지에 이를 수도, 이를 생각도 없는데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평온해진달까.


 인생을 빛나게 해 준다는 정리정돈 지침서부터, 넓고 깨끗한 공간 사진들로 채운 리빙 매거진 느낌,  무*양품 카탈로그인가 싶은 책, 그리고 아무것도 없이 사는 것이 최종 목표나, '전기'까지 사용하지 거나, 물건과 관계, 먹는 것까지 단순함을 추구하는 궁극의 미니멀리스트의 책,  나아가 직장을 포함 모든 일상을 다 비우고 자연으로 들어와 자급자족하는 범접하기 어려운 미니멀 이프를 담은 책까지 다양하. 


 살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다 보면 우리 집도 이래야 할 것 같다. 가전은 모두 흰색에 슬림한 디자인으로, 가구는 원목으로, 수납용품은 약간의 회색 빛이 도는 흰색의 깔끔한 재질로 통일따듯한 느낌을 주는 라탄 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아무것도 없는 거실엔 손 때 묻은 고가구 하나만 두고 그 위에는 본연의 색이 살아 있는 나무 그릇에 과일을 담아 놓야 할 것 같다.


 집뿐만이 아니다. 나도 어쩐지 흰색과 남색 줄무늬 티셔츠에 펑퍼짐한 남색 바지를 입고 베이지색 슬리퍼를 신어야 할 것 같다. 주로 에코백을 든다는 분들도 활용도가 높다는 질 좋은 검정 가죽 가방은 있다고 하니, 나도 있어야 하나 생각한다. 싼 옷 여러 개 사면 안 되고 비싸더라도 입는 횟수를 생각해서 질 좋은 소재의 옷만을 사야다. 매대를 기웃거려 싼 거 백개 사지 말고 나는 그럴 만만 한 가치가 있으니까 정가로 구입해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아무 차림에나 툭 하고 걸쳐도 멋쟁이로 변신시켜준다는 스툴을 매 볼까 싶다.


 생활 습관도 돌아보게 된다.  아주 일찍,  새벽같이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 되어, 일어나자마자 음양 차를 한잔 마시고, 빈 바닥을 막대걸레로 밀고 나서는 차분히 글을 쓰는 것이 아침의 정석 같다.  미리 잘 손질해유기농 재료로 아침뚝딱뚝딱 만들하얀 2단 도시락에 점심을 담아 출근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집 가전은 아직도 알록달록하고, 수납함은 다*소의 천 원짜리부터 각양각색이, 라탄 바구니는 부피가 크니 없다. 나무 그릇은 예쁘지만 식기세척기 사용이 안되니 안 쓰고, 펑퍼짐한 남색 바지와 스툴은 안울리는 걸 아니까 시도하지 않는다. 내가 가치가 있는 건 알겠지만 백화점 정가는 손 떨려서 못 사겠어서 세일을 해야만 옷을 살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더라도,걸레질은 커녕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게 좋다.


 그러면서 스스로 미니멀 라이프에 근접해 있다고 하는 이유는, 지금 나는 물건도, 관계도 나에게 필요한 것만 가지고  불필요한 것은 대부분 덜어 냈기 때문이다. 물건과 관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도 내가 유지할 수 있는 만큼만, 그리고 유지할 의지가 있는 것만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그리고 많은 부분을 저 책들을 통해 배웠다. 다른 사람의 편안한 삶을 보면서, 그들이 말하는 편안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40 넘어서는 너무 애쓰지 말아야 한다거나, 군더더기 없이 짧게 거절하라거나, 물건이 아닌 나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주옥같은 글귀들은 마음에 새겼다. 정갈한 살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만 가지고, 정말 필요한 관계만 유지하며, 나의 에너지를 내가 쓰고 싶은 곳에만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사진이 있든 없든, 결국은 온전히 나를 위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나의 공간을 내가 완벽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는 삶에, 바로 미니멀 라이프에 그렇게 마음이 편해진 거였다

 

나는 좋게 말하면 경계성 미니멀이고, 어찌 보면 야매라, 여전히 미니멀 라이프 책을 보면 물욕이 샘솟는다. 저번에는 책을 보다 이 아름다운 라인의 스텐 국자는 도대체 어디 것인가 하며 사진 검색까지 해봤다. 지는 않았지만, 정돈된 나의 작은 집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고, 국자도 찾아보면서 신이 났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보면서 즐겁고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은 배우고, 내가 닮고 싶은 습관은 닮고, 아니면 내가 마침 찾고 있던 용도에 딱 맞는 물건이 나오면 참고하면서, 심신이 편안미니멀 라이프에 조금 더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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