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배치를 할 때동선을 고려한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는'몸이 편한 상태'가효율적이다소소한 물건들도 그렇다. 필요할 때 손만 뻗으면 바로 쓸 수 있게 위치한 물건이 편하다, '내 몸이 편한가'는 선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나와 있는 물건들에 덕에 사지는 편한데, 눈이 안 편하단 거다. 바닥에 수건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훅 좁아지는작은 집에서 내 손 뻗는 곳마다 물건을 놓기 시작하면 더 작아보이고 바로 지저분해 보인다. 그리고내 마음은 불편해진다.
자주 쓰는 것일수록 더하다. 충전기가 그렇다. 핸드폰, 태블릿, 무선 이어폰 등충전이 필요한 전자제품만 수 개. 충전하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방 콘센트마다 충전기가 꽂혀 있으면 사지는 제일 편하다.그런데 선들이 그렇게 내 눈을 불편하게 한다.
아주 오래전 소파를 사며 사은품으로 받은 사이드 테이블은작고 이동이 편해고민 끝에 남겨놓았다. 지금은 부엌과 다용도 테이블 사이에 놓고 쓰는데, 물 끓일 때 전기 주전자도 올려놓고, 집에 있는 시간에 마시는 물도 올려두고, 간식도 두고, 충전소 역할도 한다. 상판이 작아서 잠깐씩 물건을 올려두고 쓰고 난 후 치워야지 계속 올려두면 다른 물건을 올릴 수 없다.방마다 꽂아두는 것도 아니고, 사실 충전기 정도는 계속 올려두고 쓸만한 데, 현관문을 열면 한눈에 공간이 들어오는 작은 집에서는 외출했다 돌아와서 저 선들이 보이면 영 거슬리고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기에 선들도 충전이 끝나면 서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안다. 귀찮다.성격 이상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내 마음이 이게 편하다.
절충안도 있다. 선을 좀 정리해서 테이블 뒤쪽으로 좀 덜 보이게 넣으면 좀 낫다. 집에 케이블 타이가 없으니 이어폰 살 때 들어 있던 작은 끈과 굴러다니는 노랑 고무줄로 묶어둔다. 기기만 빼면 된다. 충전하면서 쓰려면 풀었다가 다시 묶는다. 묶인 선채로 두어본 적도 있지만, 역시 거슬린다. 조금 더 귀찮지만 다 쓰면 기기와 선까지 함께 뺀다. 선은 묶인 그 채로 서랍으로 들어가고. 대신 충전 플러그는 그대로 둔다. 벽이 흰색이니 흰색으로 두 개 꽂아 놓고 필요할 때선이랑 기기만 꽂아 쓴다. 현재 상태다. 사지는 좀 불편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내 눈이 편하다. 그리고 그것이 내 마음이 편하다. 만사 귀찮은 날에는 그대로 둔다. 그 사지가 편한 게 최우선인 날이다.그냥 쓰고 안 빼면 된다. 어떤 쪽이든, 내 마음이 더 편한 것, 그것이 나의 선택의 기준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나와 있어도 눈이 편한, 나아가 볼 때마다 즐거운 '딱 내 취향의 물건'을 사면 된다. 이렇게 모든 선이 다 보이는 가구가 아니라 앞은 예쁜 나무나 라탄으로 덮여 있고 안에는 선반이 질러져 있고 뒤에는 구멍이 있는 작은 장은 그 안에 각종 충전기기를 다 넣고 콘센트에 연결해놓은 다음 문을 닫아 놓으면 심신이 즐거울 테다.물 끓일 때마다 주전자를 넣고 빼가며 쓰기 귀찮다면 그 자체로 너무나 예뻐서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한다고 광고하는 하얗고 매끈한 선을 가진 주전자를 올려두고 쓰면 카피 문구처럼 소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 통장 잔고가 나의 마음을 아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 이렇게 디테일한 모양들을 알고 있다는 것은갖고 싶어 계속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멀쩡한 주전자를 버리고 새로 사기는 마음이 편하진 않다. 주전자가 고장 나길 내심 기다리며 주전자를 두 번 쓰면 한번 정도로, 마음이 쓰일 때 넣고 있는 현재 상태가 제일 마음이 편하다. 43% 세일에 심히 동요했지만 결국 나무 장을 사지 않은 것도 이 테이블을 버리기 위해 들 노력이 귀찮아서, 또 그렇게 버리는 노력을 들일 거라면 나무 장을 사는 것보다는 테이블만큼의 공간을 얻는 게 더 내 마음이 편하겠다 싶어서이다.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쓰니까 볼수록 기분 좋은 물건을 사서 쓰는 게가장 마음이 편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거나. 정말힘든 하루를 잘 버틴 내가 너무 기특해서 선물을 주고 싶은 날이 오면, 그날내 마음을 아주 편하고 기쁘게 해 줘도 된다. 내가 머무르는 나의 공간이고,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이다. 지금 나의 공간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고 큰일이 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