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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r 13. 2022

엄마는 역시 미니멀 라이프야

부루마불에서 미니멀라이프를 봅니다

서울에 걸렸다. 두 번째다. 우대권은 이미 아까 썼다. 호텔을 지어 놓은 파리를 넘기란다. 땅은 팔기 싫어서 수중에 있는 돈을 싹싹  털어서 200만 원을 겨우 맞춰 주니 오천 원짜리, 천 원짜리 뿐이다. 내 앞을 보더니 아이가 말한다.  '엄마는 역시 미니멀 라이프야.' 요새 말로 빵 터진다. 부루마불에서도 의도치 않게 미니멀 라이프구나. 일단 일관성 있는 건 좋다.


나에게 서울 통행료를 받은 아이의 돈은 주체가 안된다. 권종별로 가지런히 쌓아두고 시작했는데 수북하게 다 섞였다. 시 너무 많으면 관리가 어렵다니까. 미니멀 라이프가 심오한 게 아니다. 정리할 물건 자체를 줄여 간소한 삶을 얻는다부루마불을 통해 미니멀 라이프를 고찰하는구나.


서울 두 번은 치명적이다. 결국 파산을 했다. 저녁을 먹으려면 보드게임을 치워야 한다. 하나의 테이블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글도 쓰고, 보드게임도 하고, 텔레비전도 본다.  손님이 와서 커피를 마실 때도 앉을 곳은 오로지 여기다.




20평을 줄인 이사는 불필요한 것을 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함에도 가지고 올 수 없는 것들이 생긴다. 눕는 것과 앉는 것의 중간 자세로 널브러져 쉴 수 있던 큰 소파의 가로길이는 작은 집 거실 너비를 넘긴다. 오래 사용해 반질거렸던 나무 식탁은 들일 수는 있지만, 의자를 빼면 지나다닐 공간이 없었다. 작은 집에서 단 10cm는 동선이 나오냐 안 나오냐를 결정짓는다. 


부피를 적게 차지해서 작은 집에서 많이 활용한다는 심플한 라인의 하얀 원형 식탁을 계속 검색한다. 의자를 집어넣으면 부피가 확 준다. 이것을 놓고, 작은 소파를 놓아볼까 한다. 허리가 좋지 않으니 좌식 생활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넓은 상판이 필요하다. 많이 차려 놓고 먹지도 않는데 4인용 식탁도 크지 않다. 업무를 할 때나 공부를 할 때 컴퓨터 옆에 책, 자료, 필기구, 컵 하나, 이렇게만 둬도 자리는 부족하다. 특히 코로나 시국이니 화상 수업과 재택근무가 겹칠 것도 대비해야 한다. 결국 식탁과, 소파, 의자, 테이블, 큰 책상의 역할을 하는 다용도의 가구를 놓아야 한다는 결론을 낸다.




일반 의자보다 높이는 낮고, 앉는 면적은 넓어서 편하다는 의자와 낮은 테이블 하나로 통일한다. 집에서 보내는 대다수의 시간이 이곳에서 지나간다.  아주 많은 기능을 훌륭하게 해낸다. 물론, 의자는 소파보다는 안 편하다. 테이블은 식탁이나 책상보다 낮아서 살짝 불편하다. 오래 작업하면 책상보다 금방 피로하다. 한 가지 기능에 충실한 가구들보다 더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대로 하나씩 사서 두었다면 바닥이 보이지 않을 거다.


작은 집 가구는 다용도여야 한다. 여러 필요를 적은 수의 가구 수로 해결한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훨씬 더 많은 공간을 얻는다. 나에게는 이것이 최선이다. 이것으로 얻어낸 빈 바닥이 더 좋다. 게다가 한 가지 작업을 끝내면 다음 작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정리하니, 바로바로 정리를 하는 좋은 습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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