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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Oct 04. 2022

솔티드라떼가 지핀 사그라들지 않은 물욕

 솔티드라떼. 처음 입술에 닿을 때는 분명 짭조름했는데 혀에서 딱 알맞게 달콤하고 쫀득한 차가운 휘핑크림더니 목구멍으로는 쌉쌀하고 따듯한 커피가 지나간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이런 맛이 있다니.  이미 유행한 지가 몇 년 됐다는데 왜 나는 이제야 먹게 됐을까.


 일요일 낮. 갑자기  솔티드라떼를 먹고 싶은데 20분 넘게 걸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게다가 히키코모리답게 그날의 계획은 나가지 않는 것이다.

 집에서 만들어볼 궁리를 한다. 휘핑크림이 문제다. 한때는 쉬익 나오는 스프레이형 휘핑크림과 초코 시럽까지 구비해 놓고 크림 위에 초코 드리즐, 거기에  코코아 가루까지 뿌려 먹었으나 집에서는 아메리카 아니면 연유라가능한 지 오래다. 말라야 소금을 작은 강판에 갈아 넣어주더구먼 그것도 없.

 그러나 나에게는 그라인더에 담긴 히말라야 소금이 있다. 연유 듬뿍에 에스프레소 샷을 두 개 내리고, 그 위에 우유 거품을 풍성하게 낸 다음 소금을 갈아주면 될 것 같다.

 성공 예감에 분주히 재료들을 내고 사진까지 찍는다. 연유에 투샷을 내린다. 그리고 커피머신 우유 거품기에 우유 컵을 연결하고 작동을 했는데 이런, 우유 거품은커녕 뜨거운 물만 섞여 더 맹해 채 나온다.

이때만 해도 성공할 줄 알았다

 얼마 전 커피 머신 메인 부품을 교체했다. 5년에 한 번은 갈아야 한단다. 어지간한 커피머신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교체비용에 언제나 그렇듯 '버릴까'를 먼저 생각한다. 부피  머신을 버리고 드립 커피를 마셔볼까. 하지만 바쁜 시간에 드립 커피 내릴 여유는 없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라떼. 에스프레소 샷과 우유가 만나야 라떼니까. 그런데 찬 우유 넣고 아이스라떼만 마시다 솔티드라떼를 해보겠다며 오랜만에 작동하니 우유 거품기가 말썽이구나. 사실 아주 풍성한 거품이 나오지 않아 처음부터 아쉽던 부분이라 이걸 수리할 수는 없다고 단박에 결정한다.


 거기까지는 단호하고 좋았는데 이제 쫀쫀한 거품이 나오는 우유 거품기가 사고 싶은 다. 가계부는 어느새 잊는다. 곧바로 검색질이다. 아주 부드럽고 두꺼운 거품이 만들어지면서도 세척이 간단하다는 우유 거품기. 캡슐커피머신을 사용할 때도 우유 거품기가 있었지만 세척이 불편했다. 나중에서야 이걸 샀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던 제품이 몇 년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곧바로 떠오른다. 구매 버튼을 누르고 싶다.  집안을 둘러보고 겨우 마음을 다잡는다.

 

  커피머신과 별개로 사용하던 우유 거품기가 고장 났다면 망설임 없이 버리고 새로 샀을 텐데. 고장 난 우유 거품기를 품은 커피머신은 그대로 자리를 차지한 채 또 하나의 가전을 들이려니 이게 어렵다. 작은 부엌 항상 올려두고 쓸 공간은 다. 조리대로 사용하는 선반을 열어본다. 물건들을 좀 빠듯하게 붙여 놓으면 들어갈 것도 같다. 그러나 지금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쓰기 편하다. 집에서 라떼를 얼마나 마시는지 생각해 본다. 대부분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는가. 라떼는 사실 남 타 줄 때 묻어서 같이 마시는 경우가 많다. 아이스라떼만 마시고 따듯한 건 아메리카노만 마실까 생각해 본다.


 그러다 문득 물건 살 때 이다지도 진중하게 고민하며 자제하고 있는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수 줄인 이사의 순기능이다. 오늘로 자그마치 이 주일째 버티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쌀쌀해진다는데. 더 추워지면 부드럽고 따듯한 우유 거품이 올라간 달달한 라떼 생각에 못 버티고 거품기를 살 것만 같다. 날씨가 위기다.

 이놈의 물욕. 언제 사그라지는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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