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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May 21. 2022

애를 쓰고 게으른 자

 무조건 내 몸 편한 게 최고다. 바쁘게 파닥거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멍 때리고 있자. 집안일은 저 멀리 미뤄두고 일단 쉬자시종일관 외치고 있지만, 이제 와 깨달음을 얻고 천성이 그러지 못하는 나를 반성하며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음이 행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 나는 부지런하다. 부지런하다는 말을 이렇게 고해성사하듯 말할 일이냐 하겠지만, 내가 고치고 싶은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모습이다 보니 이렇게 나오고 만다.

 일을 미루지 못한다. 할 일이 있으면 그것부터 해야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이 무언가 무겁고, 집안을 둘러보면 해야 할 일이 먼저 보인다. 하고 싶은 일 말고 해야 할 일을 해 대는 나를 막기 위해 애를 쓴다. 마음속에서 어서 해야지 하고, 몸이 먼저 반응하는데도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때라며, 무조건 내가 우선이라며, 에너지를 보전하자는 이성적인 판단 하에 노력을 기울여 일을 미루고 있는 거다.


 일전에 아침에 일어나 멍 때린다는 글에 달린 작가님의 댓글에 '주말 밤에 멍 때리기'를 보고 언젠가 해봐야지 하다 어젯밤에 다. 원래 계획은-멍 때리기 하는 것에도 나도 모르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러니 고해성사가 필요할 수밖에- 가만으려고 했는데 어쩐지 나도 유튜브를 보면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뉴스를 제외한 유튜브나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이유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게 싫어서다. 앉아서 여기저기 돌려 보고, 이거 보고 연관 보고 하다 보면 시간이 훅 가는데 그게 또 무언가 아깝다. 그래서 작정하고 유튜브를 보자 한 거다. 그런데 텔레비전 앞에 이미 태블릿을 열어놓고 번갈아 들여다보고 있다. 깔깔거리다가도 중간에 좀 지루하다 싶으면 바로  브런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읽고 있다. 작가님의 매거진 한 권을 통째로 다 보고, 이미 본 작가님의 글도 다 읽었다. 멍 때리며 쉬자 해놓고 유튜브 보기 하나도 모자라서 브런치까지. 고백하자면, 내일 아침으로 미루자 했던 빨래까지 개고 있었다.

 

 새벽 2시에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도 역시나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가 조금만 더 자자 싶어서 누웠는데 일어났더니 10시 57분. 깜짝 놀라 다시 본다. 11시다. 11시. 아침 11시. 1시간만 지나면 토요일 반이 지나는 그 11시. 순간 또 그렇게 내 토요일이 그렇게 아깝고 주말 아침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이러면서  어제 쓸데없이 유튜브를 봤는가 하는 생각이 바로 나는 거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부터 내리고 톡방에 지금 일어났다며 난리를 치는데 답글이 달린다.


 주말 아침에는 절대 깨우지 말라는 규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집.  노력하는 자는 타고난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래. 이게 뭐 어때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고 뭐가 어때서. 무슨 큰일이 나서.


아.., 나는 아직 멀었다.

무언가 잘 안되면, 노력을 하면 된다.


최선을 다해 게을러지자. 




래 놓고 나는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차리고  바로 브런치에 이렇게 글 하나를 올린다. 이제 분명히 이불 빨래를 돌리며 청소부터 할 것이다. 아. 이를 어쩐다.


https://brunch.co.kr/@0707d9594a104b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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