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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pr 27. 2022

멍 때려도, 미라클 모닝

 침대가 없는 작은 집은 자고 일어난 매트리스를 접어야만 붙박이장 문이 열린다.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누워 있기를 10년 넘게 했던 나인데, 알람 음성을 '일어나서 이불 개야 회사 간다'로 바꿔 놓았더니 한 방에 바로 일어난다. 이 정도면 미라클 모닝이다.


 예전에도 알람은 이른 시각에 맞춰 놓았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아직 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않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하는 마지노선', 딱 그 시각을 정확하게 계산을 해내는 거다. 어쩌다가 출근을 늦게 하는 날에도 귀신같이 새로 계산해 낸다. 그리고 내 몸은 꼭 그 마지노선이 되어야만 일으켜졌다.

 분 단위로 모닝 루틴을 만드는 것이 유행하는 지금, 도 아침마다 꼬박꼬박 하는 이 있다. 물이랑 커피 마시며 멍 때리는 것이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휘적휘적 몸을 움직인다. 자기 전에 주전자에 끓여놓았던 작두차나 결명자 물병에 담는다. 새로 물을  보온 주전자에 넣는다. 이 정도면 몸은 잠에서 깬다. 물병, 보온 주전자,  이렇게 세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 앞에 앉는다. 컵에 뜨거운 물 먼저 넣고 물병의 물을 넣는다. 음양수가 별건가. 이걸 중간중간 마셔가며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다. 멍하니 앉아 물을 마시고 하품을 하고 스윽 집안을 둘러보고 괜히 발가락을 까딱까딱한.


 물 세잔을 마시면 커피를 내려 마신다. 고백하자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마시는 거다. 공복에 안 좋은 걸 알지만 음양 덕에 괜찮을 거라고 합리화를 한다. 나만 깨어 있는 이 고한 순간을 누리는 데 커피큼 좋은 것이 없지 않은가. 커피를 마시면서 뇌가 깨기 시작한다. 머리가 점점 맑아지는 기분을 즐기면서 또 아무것도 안 한다. 생각도 안 한다. 그 시간이 매우 편안하고 좋다.   

 

 


 하루 24시간을 보내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순간이 언제였나 스스로에게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한 번에 두 개 이상을 한 순간은 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수록 멀티가 벅차고,  수 있어도 하기 싫었다. 그냥 한 가지만 느리작 거리며 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절실했다. 


 그런데 그 '아무것도 안 기'를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가만히 쉬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어느 순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어쩌다 일찍 일어난 날에도 눈에 보이는 일들을 반사적으로 하게 됐다. 어제 돌려놓은 식기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 넣고, 이따 돌릴 빨래를 미리 넣어두 집안을 정돈하고 있 거다. 일찍 일어나나 늦게 일어나나, 일어난 순간부터 바쁜 하루가 시작되는 건 같았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작정하고 아무것도 안 해보 이게 이렇게 좋은 거다.  오래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점점 빨리 일어난다. 준비를 시작해야만 하는 그 시각까지 아무것도 하지 다. 어차피 그 시각이 되면 다 할 건데, 잠을 줄여 확보한 이 소중한 시간 내 마음 편하게 하는 데에만 오롯이 사용하고 싶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무언가 계획하려고 하면 워워하면서 치워버다. 꾸 들여다보게 되니 스마트폰도 멀찍이 놓고 온다.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선을 다해 멍 때다.


 아무것도 안 하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음에 여유가 생긴다. 바쁜 하루를 안 바쁜 것처럼 보낼 수 있는 을 얻는다. 며칠 전 아침, 새로 산  원두를 채워 넣으며 커피 향을 내 몸속까지 집어넣고 싶어 코를 벌름거리행복하다는 혼잣말이 툭 나왔다. 책에서 그렇게 소리 내어 이야기하라고 시켜도 뭔가 오글거려 못했던 그 말이. 내 말을 내 뇌가 듣고 더욱더 행복해진다 했던 글귀도, 참말이었다.


 꼭 아침부터 뭔가를 부지런히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내 하루에 이런 여유와 뿌듯함을 만들어주나에겐 이것이 더없이 생산적인 모닝 루틴이다.

행복하다는 말을 읊조리게 되는 작은 집의 아침, 미라클 모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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