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는데 왜 이렇게 살이 붙지 않을까를 걱정했던 아이는'요새 참 잘 먹네' 싶더니 순식간에 살이 올랐다. 곧바로 먹는 것에 가속이 붙는다.보고 있던 책이나 방송에 음식이 나오면, 바로먹고 싶단다.집에 고기도 없는데 밤중에 갑자기 '스테이크 해주세요'하는 식이다. 엄마는 자판기가 아니라는 것을 납득시키는데 꽤 걸렸다.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단 걸 아는지금은냉장고와 간식 창고의 재고를 나보다 더 꼼꼼히 파악해다음 주문 때 사야 할 품목을 정해 주고, 며칠 뒤의 메뉴까지 차곡차곡정해둔다.학교에서 돌아오면수업시간은 통째로 스킵하고, 급식에서 무엇이 가장 맛있었는지 한참을 이야기하고, '다음에만들어 줘'로 마무리한다.
먹는 양도 하루가 다르다. 이미 어지간한 성인 여성의 양을 넘어섰다.간식으로 사발면을 먹고 후식이라며커다란 어묵 바세 개를 먹는다.예능 프로그램에서 후식으로 부대찌개를 먹는다는 이영자 씨를 보며웃었는데, 어묵이 후식이라니.
이미지출처: 채선당 홈페이지
급격히늘어 난양이 잘 가늠되지 않는다. 남으면 얼려야 하나 했던 고기를 마지막한 점까지 먹는다.
아이가이걸 맛있게 먹는다 싶으면 어른은 절로다른 반찬만 먹게 된다.샤브샤브 집에서 아이는 고기 2인분,나는 야채 2인분을 먹은 지는 오래됐다. 이제 처음부터 아이 몫의 고기를 추가한다. 그러고 나서도 내 고기를 아이에게 주고, 아이가 안 먹는 채소를 받아오는 불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아이 이유식에만 한우 투플러스를 사용했을 때 이미장유유서는 사라졌다.
왜 제철이 아닌 과일만 좋아하는가! 한 여름에 귤 타령을 해서 한 팩을 샀는데 통째로 쏙쏙 넣으니 어른은저먹으려고 까다가 아이 입에 넣어준다. 제철에도 비싼 딸기를꼭지 따서 주니 세로로 반 잘라 달란다. 밑에 하얗고 초록인 부분이어른 몫이다. 이놈 시키! 하면서 2/3로 잘라 윗부분을 주고 있다.
자꾸 그렇게 하면 아이가 자기만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어려서부터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안다. 언니는 정말로 홍시 껍질은 어른이, 알맹이는 어린이가 먹는 줄 알았단다.
하지만, 이미 사 온 음식 양은 정해져 있고, 아이가 맹렬한 기세로 먹으며 맛있다,더 없냐 하는데 정확히 나눠 이건 우리 거다 할 수 있는 부모가 대체 몇이나 될까.
나는 먹으나 안 먹으나인 고기를 저 조그만 입속에 다 들어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넣으며 연신 행복하다고 하면, 이놈 고기 값 대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 농담하면서도 뿌듯하고 흐뭇해 마음이 불러오는 걸 어쩌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