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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울 Jul 20. 2022

'왜식 금지'는 불가능한데...

 "여기 원래 이렇게 비싼 거야?" 

  워킹맘인데 매 끼니 뚝딱뚝딱 요리해 식탁에 올려내는 자매님. 토요일에 회의가 잡혀 들한테 점심을 사 먹으라 하니 떡볶집에 갔는데 4만 5천 원이 찍힌 승인 문자가 왔단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 자매님에게 '떡볶이집'은 예전 학교 앞에 있던 분식점이었을 테니 '이게 뭔가' 할만하다. 거기가 원래 비싸다 해도 둘이면 작은 세트를 시켰을 텐데 그 정도지 나올 수 있는 건가. 그런데 잠시 후 자매님이 깔깔거리며 말한다.

 "맞대. 둘이서 차돌박이가 들어간 떡볶이 세트 큰 거를 먹었는데 그게 3만 원이 넘는대. 거기에 튀김도 먹고 마지막에 날치 볶음밥까지 먹었단다."

 3-4인 세트를 먹어치운 이들의 놀라운 식성에 '웬일이니, 웬일이니' 하며 웃어대다 '그래도 3만 원은 안됐는데'하면서 불과 몇 달 사이 오른 메뉴 가격수직 상승한 물가 이야기로 빠지고, '애들 먹이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로 귀결된다.


 거리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아. 진행형이다. "너무 오른다".

 과일과 야채, 고기, 빵, 식재료 어느 하나 안 오른 게 없다. 음식점마다 메뉴 가격이 최소 천 원부터 3천 원까지 올랐다. 이제 스팸이나 참치 등 조금이라도 단백질이 들어간 김밥은 5천 원이 넘는다.  보면 외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구나 바로 수긍하게 된다. 제금액은 비슷한데 냉장고에 넣을 물건의 개수는 확 줄었다.  


 오래전부터 가계부 앱을 사용하지만 지출의 기록용으로만 쓸 뿐 딱히 예산을 세우고 맞춰서 소비하지는 않는다. 지출 항목별로 일일이 분석하지 않아도 우리 집 소비의 가장 큰 비중은 식비. 옷과 가방을 사 대는 것도 아니고 가전제품을 수시로 바꾸는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물건 들일 공간이 부족하니 구매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비는 다르다. 냉장고가 꽉 차 있는 건 싫다 하면서도 성장기 아이가 있고, 히키코모리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비어 있으면 부지런히 채운다. 


 리고, 외식비가 많다. 남이 차려주는 밥은 다 맛있는 나는 외식 예찬론을 펼치곤 한다. 외식만큼 가사노동을 확연하게 줄이는 게 없다. 매일매일 하는 가사노동. 청소, 빨래,  설거지. 종류를 셀 수도 없지만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하는 것은 단연코 집에서 하는 식사다. 아무리 간단하게 먹는다 해도 음식을 준비하고, 차리고, 먹고 치우고 설거지, 뒷정리까지 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엄청나다.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온 날은 한갓지다. 퇴근하고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밥을 준비하는 날과 저녁을 사 먹고 돌아온 날의 차이는 실로 크다. 주말도 그렇다. 주말 외식 없이 집에서 해 먹고 나면 이틀 내내 주방에 있다가 끝난 기분이다.


 이러니 나의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를 주야장천 외치는 나에게는 외식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이다. 그런데 식당마다 가격이 오르니 확실히 부담이 된다. 늘 먹던 메뉴 세 가지를 시켰는데 5천 원이 차이 난다. 나의 에너지와 맞바꿨다고 위로해 보지만 식비 역시 나의 동의 대가 아닌가. 급은 그대로인데 식비가 오르며 비중이 확 느니, 나도 모르게 '내가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아낄 수 있는 돈인데'라는 생각이 다. 다른 이에게는 이런 생각을 하면 외식을 할 수가 없다며, 절대 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어느 날 자기도 용돈을 받 편의점에 가서 자기 마음대로 골라서 먹고 싶다 한다. 용돈을 정하고 기록을 하기로 했다. 그 당시 아이는 햄버거에 정말 꽂혀있었는데 밥을 해놓았는데도 햄버거를 먹으러 간다 하기 일쑤였다. 나는 기회를 틈타 그렇게 갑자기 우겨서 사 먹는 것은 용돈으로 사기로 했는데,  하루 참더니 또 햄버거를 먹으러 간단다. 모은 돈으로는 주니어 세트 하나도 살 수 없어 나의 도움을 받아 전 재산을 털어 햄버거를 먹고는 집에 돌아와서  용돈 기입장 "남은 돈 빵원"을 쓰더니 슬퍼한다. 잠시 후 "께달았다. 왜식 금지"라고 적어 놓았다.

 뒤로 아이가 외식을 줄였냐면, 그건 아니다. 어떻게든 나를 꼬드기고 내게 애교를 부려 엄마 돈으로 먹는 기술을 시전 했다. 그래도 밖에서 사 먹는 것 이렇게 비싸다는 것을 단 한 번의 외식으로 깨달았으니, 역시 엄마보다 낫다.

 

 아이 핑계를 대지만 나 편하자고 외식하는 게 맞다. 압력솥에 쌀을 부어놓고도 ㅇㅇ 먹으러 가고 싶다고 하는 말에 못 이기는 척 나가 먹고 온다. 하지만 요즘같이 메뉴 가격이 훅훅 오르는 게 크게 다가오기는 처음인 것 같다.

나도 '달았다, 왜식 금지'를 하긴 했는데... 나의 에너지도 소중한데 말이다.

어려운 일이다.



제목란 이미지출처: '청년다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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